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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평하고 건강한 세상을 위해



매년 4월 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보건의 날’이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약 27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공중보건의 위기를 넘어 수업 중단으로 인한 교육 체계 붕괴, 일자리 감소, 식량 부족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기로까지 이어진 지 오래다.

우간다 캄팔라 내 도시 빈민촌은 보건 인프라 부족으로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취약한 곳이다. 대다수 주민이 빈곤으로 마스크, 손 세정제 등 예방 물품을 갖출 수 없어 코로나19 감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높은 인구밀도 대비 충분한 식수 위생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개인 위생관리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지역에 사는 메리다 나빌롱(34)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빨래 일로 생계를 꾸려왔으나 코로나19 이후 봉쇄 조치로 자택에만 머물러야 했다. 일을 할 수 없게 된 나빌롱씨는 월세에 대한 걱정이 늘어갔고, 식량 부족이 극심해져 차 한 잔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봉쇄 조치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구할 수 없어 소득 감소를 경험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식량을 구하기 위한 강도 사건들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굿네이버스 우간다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지원했다. 최취약계층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마스크를 제공하고, 빈민촌 내 공공장소에 125개의 손 씻기 시설을 설치했다. 또 지역 주민 개개인의 면역력을 높이고 충분한 영양 섭취를 돕기 위해 긴급 식량 키트를 제공했다. 현지 마을에 배치된 50명의 마을보건요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인식 개선 캠페인도 진행했다. 사전 교육을 받은 마을보건요원은 총 4000가구를 방문해 코로나19 증상, 마스크 착용법 등을 교육했다. 마을보건요원은 보건지소와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기 위해 선발된 조직으로 부족한 보건 인프라를 채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내에 확산되는 가짜뉴스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캄팔라 지역 주민 약 62만명을 대상으로 WHO 기준에 준하는 메시지(SMS)를 발송해 감염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그 결과, 지역 사회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강화됐다고 응답한 최취약계층의 비율이 90.2%까지 증가했다.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 부재로 정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지역에서 굿네이버스와 같은 민간단체가 보건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백은 한 사람, 한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웃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꾸준한 관심을 전한다면, 누구나 기본적인 보건·건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평하고 건강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최석현 굿네이버스 우간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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