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 인내와 소망, 진심의 언어에 담아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에서 주인공 제이콥과 가족들이 아칸소 농장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에서는 기독교적 가치도 발견된다. 판씨네마 제공


“내가 기도했어요(I prayed)!”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재미교포 2세 리 아이작 정(정이삭·43) 감독의 7살 딸 리비아는 “내가 기도했어요”를 세 번이나 연발하며 아빠를 꼭 안았다. 정 감독은 “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만든 가족 이야기이다. ‘미나리’는 그 어떤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를 그리고 있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3일 한국에서도 개봉한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는 가족을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와 중첩해 감동적으로 펼친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미나리’는 ‘보편적이면서도 놀라운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워싱턴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4일 미국 기독교 매체인 크로스워크와 크리스천헤드라인에 따르면 ‘미나리’에는 4가지 기독교적 가치를 담고 있다. 우선 ‘미나리’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기독교는 진실과 정직을 강조한다.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시 15:2) 정 감독의 가족은 1980년대에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주했고 그곳 농장에 살면서 온갖 고난을 겪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80여개의 어린 시절 기억들을 담았다고 했다.

‘미나리’에는 교회와 신앙생활을 묘사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제이콥이 살던 트레일러 내부 벽에는 십자가 등 기독교적 상징물이 나온다. 또 찬송 ‘눈을 주님께 돌려’(Turn your eyes upon Jesus)를 듣는 모습이나 가족들이 교회에 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가족은 주일예배에 참석해 대부분 백인인 교회 성도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아칸소는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 지역이다. 영화에서는 남부 특유의 신앙 표현도 나온다.

‘미나리’는 노동에 주목하면서 희망을 말한다. 노동과 직업의 소중함은 성경과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하는 바다.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 “자기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엡 4:28) 주인공 제이콥은 양계장 일에 만족하지 않고 해가 지고도 몇 시간을 더 일한다. 그는 부지런한 농부로서 성공 의지와 희망을 보여준다.

‘미나리’는 고난 속 인내와 연단이 만들어낸 열매 등 하나님의 섭리를 가르친다. 이는 빌립보서 구절인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풍성한 대로 너희 쓸 것을 채우시리라”(4:19)의 실현이기도 하다.

한편 정 감독과 아내는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2006년 아내 발레리 추를 따라서 내전의 땅 르완다로 건너갔다. 예일대 재학 시절 만난 아내는 당시 국제예수전도단(YWAM)에 소속돼 르완다에서 예술 치료 활동을 했다. 그때 정 감독이 찍은 영화가 ‘문유랑가보’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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