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암송·웅변… 3일간 숙식 ‘주말캠프’ 통해 사회성 키운다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왼쪽)가 2017년 충북 충주에서 개최한 주말캠프에서 수직적 사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은 모든 교회의 공통과제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 좋은나무교회에선 2015년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주말캠프를 시작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을 모아 주말마다 숙식하며 지냈다. 이를 위해 교회건물의 위층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 오후까지 매주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사실상 매주 성경학교를 여는 개념과 같았다.

주말캠프는 한자로 주말(主末)을 쓴다. 끝까지 주님께 충성하고 따라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캠프의 목적은 기독교 세계관에 따라 나라와 민족을 섬기는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다. 어둠이 짙어가는 이 시대, 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지도자를 길러내야 한다. 교회의 입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을 교회와 사회에서 이어가기 위해서다. 사실상 유일한 생존의 길이기도 하다.

주말캠프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절제된 삶을 사는 데 아이가 동의해야 한다. 부모도 하루 1시간씩 의무적으로 기도하겠다는 서약을 한다. 아이들은 함께 숙식하는 주말 3일간 공동체와 교회, 자신을 돌아보며 사회성을 몸으로 배운다. 성경적 세계관을 세우는 예배, 말씀암송, 웅변, 수직적 사고 익히기, 독서와 토론, 국내외 아웃리치, 공동체 생활, 각종 문화활동 등을 한다. 그중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철저한 예배다. 주말캠프의 아이들은 새벽예배, 기도회, 가정예배 등에 참여한다. 금요철야 기도회부터 성인들의 예배 및 자신이 속한 부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는 주말캠프가 생명력을 갖는 시간이다.

둘째, 수직적 사고를 하도록 돕는다. 이는 창세기 1장의 “종류대로”라는 말씀에 근거한 성경적 사고방식이다. 6일간 창조의 내력은 각각 어마어마한 양의 부수적 내용과 창조사역을 담고 있다. 수직적 사고는 창조의 내력처럼 한 가지 주제로 꼭지를 잡고 나머지 내용을 하향식 형태로 가지를 치며 사고하는 것이다. 주말캠프를 하면서 학생들은 각자 4000여개의 수직적 사고를 정리했다. 이렇게 사고하면 하나님과 관계에서 기초를 세울 수 있다.

수직적 사고를 위해 성경 1장, 신문 사설 1개, 단편소설 하나를 매일 정리한다. 처음에는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곧 익숙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학문의 지식 체계를 분명하게 세워간다. 이를 기초로 말씀으로 세상을 보는 수평적 사고가 열린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갖춰가는 것이다.

셋째, 말씀암송의 생활화다. 아이들은 로마서 에베소서 히브리서 등 신앙의 핵심이 되는 서신서를 통째로 암송한다. 다수의 아이가 한글로 로마서 전체를 암송했고 몇 명은 영어로 전체를 암송했다. 일부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토론도 할 수 있다.

넷째, 독서와 토론의 강조다. 아이들은 신앙과 인문학, 과학의 고전을 읽고 사고에 필요한 기초적 소양을 키운다. 아이들은 1~2일에 1권씩 독서하며, 수직적 사고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해 전체를 연설한다. 이때 아이들이 본인의 입으로 내용을 정리하며 전체 내용 중 80% 이상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아웃리치다. 주말이나 방학 때 국내외 박물관이나 기념비적 장소를 방문한다. 조국의 산야를 걸으며 지도자로서 소양을 키우고 시를 짓는다. 스피치를 하며 동료들과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고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며 강한 의지력을 익힌다.

공동체가 함께 훈련을 이어가며 20시간씩 랜턴을 켜고 천왕봉 대청봉 공룡능선을 가는 것을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해마다 일본의 신삿포로성서교회와 연합캠프를 연다. 미국 워싱턴DC의 박물관과 링컨기념관, 유명 대학을 찾아 현장에서 스피치를 하며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순탄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주말캠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10분 이상 책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참여당일 주먹을 휘두른 아이도 있었다.

한 공간에 아이들을 모아두니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다. 아이들의 본성이 어김없이 드러났고 통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혼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자세다. 지도자를 통해 살아계신 예수님이 나타나셔야 한다.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

드러나는 아이들의 본성으로 인해 첨예한 갈등이 있어도 지도자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계속해서 사랑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예수님을 만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이때 비로소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교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좋은나무교회 아이들은 이렇게 자발적으로 미디어를 끊고 매일같이 예배와 기도의 삶을 보낸다. ‘단순 반복 지속’으로 거룩의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말캠프는 새로운 세대를 세우는 교회의 문이다.

이강우 목사(좋은나무교회)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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