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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판소리와 힙합이 만났다… 국악 퓨전의 새로운 도전

판소리 흥보가의 '밥타령'을 토대로 한 박유민의 '밥타령' 싱글 앨범. 업체 제공


그룹 빅스의 라비가 이달 소리꾼의 가창과 국악기를 곁들여 발표한 싱글 ‘범’. 업체 제공




국악 퓨전의 세계는 이채롭고 화려하다. 재즈, 록, 발라드, 전자음악, 레게 등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와 결합해 다양한 빛깔을 뽐낸다. 우리 전통음악은 이 혼합 과정을 통해 표현 영역을 자유롭게 확장하며, 나아가 참신성도 획득한다. 다른 양식과 어우러짐으로써 독특하고 산뜻한 멋을 내는 것이 국악 퓨전의 으뜸 매력이다. 이러한 까닭에 퓨전 작업은 매년 왕성하게 이뤄진다.

최근에는 힙합과의 접목이 눈에 띈다. 이 중 대표적인 작품이 국악 퓨전 그룹 노올량, FUN소리꾼 등에서 활동 중인 박유민의 ‘밥타령’이다. 판소리 ‘흥보가’의 ‘밥타령’을 토대로 한 이 노래는 미국 남부에서 탄생한 힙합의 하위 장르인 트랩을 중심 비트로 삼았다. 육중하면서도 바삭바삭한 질감을 띠는 드럼, 관현악기의 간헐적 강타, 어두운 분위기 등 트랩의 주된 성질을 잘 나타내는 가운데 대금과 가야금을 가미해 전통음악의 향도 충분히 전한다. 또한 ‘밥타령’에서 반복되는 대목(“던져 놓고 받아먹고”)을 빠른 속도의 훅으로 만들어 래핑의 역동성과 판소리의 구연 요소를 일거에 소화했다. 박유민의 노래는 판소리와 힙합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로 큰 인기를 얻은 판소리 퓨전 밴드 이날치는 래퍼 릴보이와 협업했다. 이들이 발표한 ‘꼼짝꼼짝 말아라 찰칵 찍어 주마’는 삼성전자가 1월에 공개한 스마트폰을 선전하기 위한 노래다. 이날치와 릴보이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기에 이를 고려해 기업의 홍보 부서가 두 뮤지션의 만남을 주선했을 가능성이 높다. 배경이 어찌 됐든 릴보이의 날렵한 래핑과 이날치의 구수한 소리는 어색함 없이 섞여 흥을 생성한다.

반대로 국악을 선택한 래퍼도 있다. 아이돌 그룹 빅스의 라비는 동료 래퍼 칠린 호미, 키드 밀리와 이달 발표한 싱글 ‘범’에 소리꾼의 가창과 국악기를 곁들였다. 일정한 규격으로 반복되는 드럼, 세 래퍼의 래핑은 여느 힙합과 다르지 않지만 소리꾼들이 부르는 훅과 쩌렁쩌렁한 태평소 연주가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 노래에서도 힙합의 성분과 국악에서 가져온 장치는 한시도 따로 놀지 않고 훌륭하게 어울린다.

국악이 힙합을 찾거나 힙합이 국악을 초대하는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날 듯하다. 힙합이 10대, 20대들이 즐겨 듣는 장르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힙합과 결합하면 젊은 음악 팬들에게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래핑 스타일과 음색을 잘 헤아려 래퍼와 합작하면 노래는 더욱 근사해진다. 힙합 뮤지션들로서는 전통악기나 소리꾼의 보컬을 활용해 보통의 힙합과는 다른 특별함과 신선함을 확보할 수 있다.

국악과 힙합의 퓨전은 대중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만하다. 전통음악은 촌스럽고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여전히 많다. 두 형식의 결합으로 생성되는 생기, 호화로움, 현대적인 감각 등은 국악에 대해 갖는 막연한 선입견을 수월하게 누그러뜨릴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처 몰랐던 전통음악의 운치도 발견하게 해 준다. 국악과 힙합의 혼합은 많은 이들을 매혹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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