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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제비꽃 같은 사람



우리 이웃에는 맑고 아름다운 사람도 많다. 여류 수필가 K선생도 그중 한 분이다. 좋은 연극이나 음악회가 있으면 관람권을 사서 함께 가자고 한다. 심지어 자신은 이미 본 영화를 남에게 권하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분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식당에서 생선 매운탕을 먹게 됐는데 반을 덜어 비닐봉지에 담아 두고 식사를 했다. 생선탕 반 그릇이면 집에서 훌륭한 만찬이 될 거라며.

그분과 내가 공저로 책을 한 권 썼다. 인세가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전액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쾌척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통장으로 입금된 인세를 받았으므로 몹시 부끄러웠다. 이렇게 말하면 그분이 경제적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결코 그렇지 않다. 서울 강북의 평범한 주택에서 학생들을 모아 하숙을 하면서 그들을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보살펴 왔다. 게다가 친구의 어머니 네 분을 모셔와 친부모처럼 봉양하기도 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하지 않던가.

자신을 위해서는 혹독할 정도로 검소한 분. 화장을 모르고 운동화 한 켤레로 몇 년을 지내며 날마다 같은 옷으로 만족해한다. 들에서 딴 제비꽃을 묶은 부케를 들고 결혼식을 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문우들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손수 만든 쿠키며 고구마튀김 같은 간식을 들고 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남을 즐겁게 하고 전화 목소리에도 행복을 실어 전한다. 사람마다 좋은 점이 있으면 언짢은 일도 있게 마련인데 한참을 생각해도 단점을 찾아낼 수 없다. 생활 자체가 성직자 같은 삶인데 보통 사람으로서 어찌 평가하겠는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청문회에 나오면 탈세, 다주택에 자녀 병역 비리가 드러난다. 그에 비해 검소하게 살며 남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분이 있어 사회가 평화로운 것 같다. 풀밭의 제비꽃 같은 K선생이 이제는 함박꽃처럼 화사하게 보인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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