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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 머무는 곳에 영화가… 하루 5편 보는 시네마 길라잡이

꼼꼼한 영화 리뷰로 100만여명의 선택을 받은 유튜버 김시선이 자신의 첫 에세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모더레이터이자 콘텐츠 기획자로도 활약해온 그는 최근 영화계 곳곳을 누비며 느낀 소회를 담은 첫 에세이집 ‘오늘의 시선’을 발간했다. 권현구 기자


김시선(34·필명)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그가 다방면의 콘텐츠를 다루는 기획자이면서 각종 영화 행사를 누비는 모더레이터, 또 팟캐스트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여서다. 무엇보다 김시선은 108만명의 유튜브 ‘영화친구’들이 사랑하는 국내 대표 영화 길라잡이다. 14일 서울 마포구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만난 그는 모든 활동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좋은 작품을 만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했다.

“영화는 각자의 경험과 시선을 만나 새롭게 탄생해요. 성별 직업 나이 국적 같은 벽도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진짜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김시선의 첫 에세이집 ‘오늘의 시선’은 그가 콘텐츠로 마주하는 수백만명의 ‘김시선’에게 꾹꾹 눌러 담아 쓴 편지이자, 헌신해온 영화계에 띄우는 연서 같은 신간이다. 하루 5편 한해 700여편의 작품을 보는 그의 영화 철학은 물론 스크린 뒷편의 이모저모가 담백한 필치로 풀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등 여러 영화인과의 일화가 특히 흥미롭다.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결국 사람이고요. 첫 책을 평론이 아닌 에세이로 정한 것도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싶어서였어요.”

땅끝마을 해남의 작은 영화관에서 시작된 김시선과 영화의 우연한 만남은 ‘시네마 천국’을 떠오르게 한다. “회사 출근 첫날 낯선 책상에서 영화를 봤다”는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 일을 시작한 건 운명이었다. 소도시 문화센터에서 어린이·노인 대상 영화 해설을 하고 1세대 독립영화 잡지 ‘시선일삼’도 냈던 그는 2014년 유튜브로 발을 넓힌다. 첫 채널 ‘시선 플레이’를 만든 당시는 영화 유튜버가 손꼽히던 시절이었다.

“영화 편집도 배울 겸 시작한 게 유튜브였는데 이젠 중요한 소통 방법이죠. 일어나면 넷플릭스·왓챠·아마존 같은 OTT 신작부터 체크하고, 낮에는 극장을 돌아다니며 유튜브 콘텐츠 대본을 만들어요.” OTT 정착 이후 국내외 인기드라마까지 챙겨보는 김시선은 새벽에 보고 싶던 영화를 챙겨 보고 잔다고 한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 없음에도 구독자와 영화 관계자는 이런 ‘신실함’에 신뢰를 보낸다. 지난해 10~11월 유튜버들이 체스 소재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시리즈 리뷰를 쏟아내던 당시 김시선은 세계적인 사이트인 체스닷컴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유일한 한국 직원과 통화를 주고 받으며 체스에 관한 여러 해설을 포함한 영상을 한 달쯤 지나 업로드했다. 화제성에만 목맸다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곧 리뷰할 중동 배경 왓챠 시리즈 ‘징벌’을 위해서는 전문가와 접촉해 중동의 종교와 문화를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을 들이니 일반적인 리뷰보다 더 재미있기 마련이다. ‘종이의 집’ ‘빌어먹을 세상따위’ ‘퀸스 갬빗’ 등 리뷰 콘텐츠 조회 수는 수백만회가 기본이다. 고전 명작과 예술·다양성 영화도 아울러 20대부터 50대까지 구독자 연령대가 고르게 포진해있다는 것도 이 채널 만의 특징이다. “언제 나온 영화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는 향수이면서 젊은 세대에는 발견이 되는 거죠.”

김시선은 지난해 2편의 영화 연출과 제작 제안을 고사했다. 그가 자임하는 역할이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여서다. 글과 영상, 음성으로 팬들을 만나온 그는 앞으로 더 재기발랄한 콘텐츠들을 연구해나갈 생각이다. “영화를 친숙하게 만드는 매개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가령 봉준호 감독님과 인터뷰하면 평소 어떤 영화를 보는지, 첫사랑은 누군지, 과일과 과자 중 뭘 더 좋아하는지 묻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더해지면 관객은 봉 감독님의 영화를 더 즐겁게, 넓게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김시선의 꿈은 무엇일까. ‘오늘의 시선’ 말미에는 “영화 잘 아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적어 두었다. 자세한 의미를 궁금해하자 그는 구독자가 최근 보내온 문자 하나를 대신 소개해 줬다. “초등학생 때 ‘시선 플레이’를 구독하던 아이가 어느새 성인이 돼 영화과에 진학했다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감동이죠. 나이가 들어서도 다음 세대와 영화로 소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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