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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형석 (24) “내 사랑하는 가족을 주님께 맡기나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이라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게 김형석 교수의 견해다. 사진은 김 교수가 50대 때 연세대 교수 축구팀으로 활약하던 모습. 양구인문학박물관 제공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공동체는 가정과 민족(국가)이다. 가정과 민족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공동체다. 선택의 여지도 없으며 그 책임을 포기할 수도 없다. 좋은 가정이 모인 국가는 좋은 국가다. 모든 가정을 좋은 가정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는 국가도 좋은 국가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더불어 사회와 가치관이 변해도 건전한 가정, 모범적인 가족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때론 기독교 가정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평하는 사람의 가정보다 더 사랑과 봉사심을 갖고 세상에 행복과 보람을 나누는 가정이 되면 그것이 곧 사회의 빛과 소망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주께서 우리의 이런 기도와 노력을 헛되게 여기지 않으신다는 믿음이다.

나는 자녀를 여섯이나 키웠고 손주 13명, 증손주 6명을 두고 있다. 자녀세대 신앙을 위해 고민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데, 자녀와 후손을 키우면서 얻은 몇 가지 결론이 있다. ‘신앙은 결국 은총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선택인 동시에 주님의 선택이기도 하다. 신앙생활에 관한 강요는 선택의 길을 막을 수 있다.

내 경우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교회를 같이 다니며 신앙적 분위기를 익히도록 도움을 줬다. 가정예배까지는 아니었지만, 집에서 가족회의를 할 때 예배처럼 드린 적도 있다. 성년이 된 후에는 신앙이 자율적 선택이 되도록 옆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그렇게 갖춰진 신앙이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는 법이다.

나는 자녀에게 목회자나 신학자가 되길 바라거나 권한 일이 없다. 은총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성실히 교회를 섬기며 신앙공동체에 동참하는 일도 똑같이 귀하다.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서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택해도 좋다.

자녀 중에는 신앙이 없는 상대와 결혼하거나 다른 종교의 분위기에서 성장한 이를 만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기독교 신앙을 강요하진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내 뜻을 잘 알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세월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아이가 기독교 신앙에 동참하게 됐다. 내 가족은 단순히 내 가족이라기보다는 그리스도 가정의 일원인 것이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우리 가정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란 믿음을 품게 된다. 가족의 공동 목표가 주님의 가르침에 맞춰진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자연스레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가정이 된다. 가정이 이웃과 사회의 책임을 다할 때, 그 가정은 더 큰 축복과 영광을 누리게 된다.

탈북 이후 두 남동생과 여동생, 어머니를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며 체감한 건 ‘사랑하는 가족을 주님께 맡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가족을 위하고 돕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믿음에서 오는 축복에는 한계가 없다. 앞으로 더 늙은 후에 드릴 기도가 있다면 ‘내 여러 가족을 주님께 맡기나이다’가 될 것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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