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영어학원 파티로 시작된 핼러윈… 클럽붐 타고 대중화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핼러윈데이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영화 캐릭터 등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SNS 캡처


핼러윈데이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2018년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거리’를 꽉 채운 모습. SNS 캡처


핼러윈데이는 2000년대 이후 유학과 여행 등으로 서구권 문화가 스며드는 동시에 즐길 거리가 없었던 한국의 공휴일 문화와 맞물려 급속도로 확산됐다.

28일 대중문화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핼러윈데이를 기념해 파티를 여는 문화는 2000년대 초반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 인근에서 시작됐다. 이후 전국 영어학원에 외국인 강사 모시기 열풍이 불었고, 학원들이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경기도 시흥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안모(54 여)씨는 “개원 초기 호주나 아일랜드에서 섭외한 강사들이 ‘핼러윈 파티’를 열면서 영어를 가르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신도시에서 차별점을 갖고 영어학원을 운영하기에는 핼러윈만한 아이템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후 2010년대 클럽 문화가 확산되면서 핼러윈은 상업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태원과 홍대입구, 신논현사거리 등에 있던 클럽은 이맘때가 되면 “핼러윈 파티를 연다”고 했고, 사람들은 악당과 마녀, 영화 캐릭터 분장 등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클럽 등의 의뢰를 받아 일하는 프리랜서 모델 이모(27)씨는 “핼러윈 때 코스튬을 입고 홍보하는 일은 평소에 비해 수임료가 2.5배 정도 뛴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는 이태원과 홍대입구 등에 분장한 사람이 가득 차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다. 여기에 연예인들이 핼러윈 파티를 SNS에 공유하면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한 남성이 강남의 한 클럽에서 5만원 다발 1억여원을 뿌리는 소동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도 핼러윈데이가 주목받는 이유로 특별히 즐기는 문화가 없는 특성과 방역에 지친 대중들의 심리를 꼽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기념일은 대부분 선조들이나 비극을 기리는 슬픈 날이 대부분인데 외국 문화인 핼러윈은 단순히 분장하고 즐기는 개념이다 보니 대중들이 ‘일탈의 날’이라고 생각해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한 해 동안 여행이나 모임 등을 대부분 자제하면서 생긴 스트레스가 합쳐졌다고 분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