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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이던 ‘K방역’ 기본권 침해 논란… 국가 개입 한계 왔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 개인의 동선 공개와 10인 이상 집회금지 등 시민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어지면서 정부 통제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권리 제한과 공공 이익 수호 사이의 절충점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방역’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진 국가의 개입은 지난 1월 확진자 동선공개부터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통제 범위는 점차 늘어났다. 출입자 명부 작성과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PC방 등 고위험시설에는 강제 영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8월부터 대규모 집회를 전면 불허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차벽 설치로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했다. 다음 달 13일부터는 대중교통이나 집회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는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상세한 동선공개에 따른 개인정보침해 비판이 일자 방역 당국은 지난 7월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비공개하고 14일 후엔 전면 삭제토록 했다. 출입자 명부 작성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이 현실화하자 지난달 11일부터는 성명을 제외하고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천절 광화문 일대를 이중으로 둘러싼 경찰 차벽 설치 이후 또다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광화문 차벽이 자유권 통제의 정점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정부의 강한 통제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확진 판정을 받았던 장모(48)씨는 “동선공개가 다수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까지 공개되는 바람에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혀 아직도 눈치를 보고 산다”고 토로했다. 확진자 동선에 가게 이름이 그대로 노출됐던 부산의 한 카페는 기피 장소로 소문나면서 사실상 폐업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이 충돌하는 상황의 딜레마가 자주 벌어지는데 이제는 정책 설계 단계부터 미리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선 정보와 출입자 명부를 14일 이후 삭제하는 조치도 여전히 미흡하다”며 “정부가 불가피하게 획득한 정보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진정한 방역”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인의 기본권 제한에는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데 제한하는 기본권과 공공의 이익을 비교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가가 조언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거리두기 등 과학적 기준에 따르면 일관되고 명확한 방침이 나오는데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으니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정책을 만들 때”라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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