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ARM 매각·화웨이 추가 제재… 요동치는 반도체 시장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인수를 결정하고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두 ‘거대 변수’로 가중되는 불확실성에 어떤 사업전략으로 맞설지 고심하고 있다.

15일 미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발효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화웨이로의 수출길이 막혔다. 제재 대상에는 국내 주력 제품인 메모리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 등 반도체 제품 전반이 포함돼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강화된 제재안의 골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장비를 사용한 제품을 화웨이에 납품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장비 없이는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데다 승인 가능성도 높지 않아 당분간 거래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화웨이는 국내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다. 삼성전자의 5대 공급사에 속하며,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비중에서 10%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를 포함한 기업들은 대체 공급처를 찾아 나서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로 당장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거래처가 사라지게 된 셈”이라며 “하지만 메모리 등 상당 제품이 타 업체에도 공급할 수 있는 범용이고 수요도 충분해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암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다는 소식에 관련 진행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인수금액만 400억 달러(약 47조4000억원)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암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를 하지 않는 암이 그동안 중립적 위치에서 생산업체와 거래를 해왔지만 이번 인수로 이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비디아 측도 이를 의식해 “암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장기적 리스크는 없지 않다”며 “그래픽·AI(인공지능) 반도체의 강자인 엔비디아가 AP 설계 능력도 갖추게 되면서 차기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이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매각 반대에 나설 수 있어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외신은 영국 정부가 일본 업체의 자국 기업 매각에 대해 ‘정밀 검증’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암차이나’를 두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 기업으로의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또 다른 미·중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큰 사건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기 투자가 생명인 반도체 사업인데 미·중 양국 눈치를 봐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