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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대통령의 여름휴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휴가 시기는 7월 말~8월 초다. 연중휴가 문화가 점차 확산하면서 일시에 피서객이 한곳에 모이는 예전 같은 풍경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래도 휴가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때가 이때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도 이맘때 여름휴가를 즐겼다.

문 대통령이 이번 주로 예정됐던 올 여름휴가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휴가 취소다. 지난해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올해는 중부지방에 엄청난 피해를 준 집중호우로 휴가 계획을 접었다. 취임 첫해인 2017년엔 휴가 출발 하루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 발사로 출발이 12시간 지연됐고, 휴가 기간 발생한 계엄령 문건 파문 등으로 복귀는 당겨졌다. 2018년 여름휴가도 군 하극상 사건 등으로 편치 않게 보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 복이 없는 편이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정도의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는 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수해 발생으로 휴가 도중 복귀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두 아들에 대한 검찰 조사와 수해로 2년간 휴가를 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청와대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외국 정상들의 휴가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큰일이 나도 쉴 때는 확실하게 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전이 발발했을 때도 백악관으로 복귀하지 않고 고향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겸한 업무를 수행했다.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휴가를 내고 골프를 즐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군이 참수당하는 테러 발생 사흘 후 휴가를 즐기러 스페인으로 떠났다.

기계도 연속 돌리면 고장이 잦다. 하물며 사람이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일의 능률도 오른다. 워라밸을 위하여!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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