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교향악축제 불참서 참여로 선회한 까닭은?

서울시향이 지난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4개월 만에 대면 공연으로 선보인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와 시벨리우스’ 공연의 한 장면. 서울시향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연주자 간 거리를 두는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한 모습이다. 서울시향 제공


올해 32회째인 교향악축제는 당초 3월 31일~4월 22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지면서 7월 28일~8월 10일 열리게 됐다. 예술의전당이 1989년부터 전국 국공립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개최하는 교향악축제는 국내 클래식계의 대표적인 행사다.

서울시향은 2주 전만 해도 예술의전당이 발표한 교향악축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서울시향이 올해 불참하기로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봄에서 여름으로 축제가 연기되면서 축제 기간이 서울시향 단원들의 집중 휴가 기간(7월 말~8월 초)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은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파행이 지속되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향지회와 사무국 직원 일부가 참여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공연 등 중요 사안을 결정하고 있는데, TF에서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예술의전당에 29일 문의한 결과 서울시향은 코로나19 여파로 참석이 어려워진 대구시향을 대신해 다음달 28일 개막 무대를 꾸미게 됐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서울시향이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을 때는 빈 날짜가 없었는데, 대구시향이 불참을 최종 결정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향의 불참 소식이 알려진 후 공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서울시향의 불참은 최근 ‘무대 위 거리두기’ 시행에서 보듯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축제는 코로나19에도 교향악단들이 뜻을 모아 어렵게 성사시킨 데다 침체된 클래식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민에게 문화적 위안을 주자는 취지가 담겼다.

불참 결정의 배경이 된 집중 휴가 기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향이 ‘노 서비스 위크(no service week)’로 부르는 집중 휴가 기간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향의 제2노조인 서울시향 기업노조는 지난 22일 단원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하고 “교향악축제의 불참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TF가 비공개로 중요 사안을 결정하고 있다. 이번 교향악축제 불참은 모든 단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실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교향악축제 참여 여부를 단원 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고, 투표에서 참여 희망이 압도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국민일보의 취재에 “단원들이 휴가 기간이더라도 뜻 깊은 공연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모아준 것”이라며 “단원들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 결정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대표의 발언과 달리 서울시향은 근래 ‘노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이슈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서울시향의 2019년도 단체협약서를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부지휘자·상임작곡가 등의 채용시 노조 합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신설 조항이 대표의 인사권·경영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단원들이 오케스트라의 운영에 적극 관여하는 ‘단원 중심 모델’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교향악단의 방식이지만 오케스트라의 토양이 다른 국내에선 그대로 도입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연계 안팎에서는 강 대표가 강조하는 ‘단원들과의 협치’가 서울시향의 운영을 꼬이게 만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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