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27살인데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집에만 있어요. 맨날 집에서 TV와 휴대전화만 보면서 지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생이 ‘니트족’이라는 한 네티즌이 온라인 상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이들은 학생도 아닌데 무직이면서 취업훈련도 받지 않는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포자기 상태로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15~34세 청년들이다. 젊어서 이미 좌절을 겪은 이들은 대개 우울감과 박탈감 상실감을 안고 살아간다.

1990년대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니트족은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취업 기회를 잡지 못한 청년들은 영원히 정규직에 진입하지 못하고 중년(35~59세) 니트족이 됐다. 일본에선 중년 니트족이 123만명으로 청년 니트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방치된 니트족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일본 사회의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한국도 니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 환경이 나빠진 올해 내 니트족은 127만3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1명인 셈인데, 해당 연령층에서 니트족이 10%가 되는 건 처음이다. 취업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결혼도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니트족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가속화시키는 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고용정책은 구직 의사를 지닌 청년 중심이다. 니트족은 직업 기초능력이 부족하고 자존감 결여, 신체적 장애 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문에 기존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이 사회로 진입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청년들이 노력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결혼과 출산도 꿈꿀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 중장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니트족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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