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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코로나 살균제



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생활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소독제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나 볼 수 있던 게 아파트 승강기마다 등장했다. 초기에는 분무식이 많았으나 젤 펌프형으로 바뀌었고, 에틸알코올 함량도 높아졌다. 손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소독액을 분사하는 전자감응식도 나왔다.

손소독제는 살균제에 세정 성분을 가미한 제품이다. 살균제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거나 대사를 방해함으로써 죽이거나 비활성화하는 화학물질이다. 멸균 효과가 뛰어나 병원에서 사용하며 부엌이나 화장실에도 쓰인다. 인체 내부의 미생물을 죽이는 항생제와 엄연히 구분된다. 용기 표면엔 주의사항이 명기된다. 붉은 반점, 붓거나 가려움 등의 이상증상이 있을 경우 전문의와 상담할 것, 상처가 있는 부위 사용 자제 등이다. 살균 성분의 독성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치료법을 언급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는 지난 23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국토안보부 과학기술국장이 바이러스가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자 “주사하거나 세척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게 폐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작용을 한다. 이걸 확인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미 전역에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급히 올렸지만, 뉴욕에선 살균제 등 독극물 사고신고가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충동적으로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CNN은 “서부 개척시대 식 떠돌이 약장수 쇼”라고 비꼬았다. 미국민 안전이 위협당하는 사태에 직면한 초조함 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의 영역에 쉽게 숟가락을 얹으려는 건 위험천만하다.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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