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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더 젊을때, 초기에… 근골격계 질환 치료 트렌드 바뀌었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이 지난 24일 추나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 1년의 변화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 병원장이 추나 요법으로 허리 통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고령층 아닌 30∼50대가 60%
해외서도 주목… 미 국방부 강의
과잉시술 방지 자체 노력 큰 효과
건보재정 투입 700억원에 그쳐
1인당 연 20회 적용횟수 늘리고
국민 요구 큰 첩약 급여화 시급”


한방병원, 한의원에서 시행되는 추나(推拏)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 지난 8일로 1년이 됐다. 추나 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몸 등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환자의 어긋나고 삐뚤어진 뼈와 관절을 교정하거나 뭉치고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질환에 추나 요법을 받을 경우 1회당 1만~3만원(본인부담률 50%)만 내고 연간 20회까지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보가 적용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2만7000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나 치료의 산실인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을 지난 24일 만나 급여화 1년의 변화상을 들어봤다. 추나 요법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처음 기틀을 다졌으며 전국 한의사 4000여명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건보 적용 후 환자들 반응은.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의 치료를 선택하고 있다. 그간 한의 치료는 비싸다는 인식이 높았다. 비급여 항목 비중이 높아 환자 부담이 컸다. 근골격계 치료에 있어 추나 요법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급여화 이후 한방 의료기관의 문턱이 낮아졌다.”

-1년간 변화가 있었다면.

“주목할 점은 노인보다 만성·중증질환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선제적으로 비수술 치료인 추나 요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추나 요법 진료 환자 86만3000여명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23.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40대(21.6%) 30대(18.9%) 60대(13.8%) 순이었다. 고령 환자가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10명 가운데 6명이 30~50대다. 질환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건보 적용의 정책적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어떤 환자들이 주로 받나.

“단순 요통부터 목·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이 많다.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자세로 인한 환자들도 많다. 이런 병들은 만성화되기 전단계 치료가 중요하다. 만성화가 됐더라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들이 많이 찾는 추나 유형은.

“추나 요법은 질환 정도에 따라 단순·복잡·특수 추나로 나뉜다. 단순 추나는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절을 가동하거나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복잡 추나는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넘어서 ‘뚜둑’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교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수 추나는 어깨 빠짐 등 탈구된 관절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이밖에 머리나 내장 질환을 치료하는 추나도 있지만 건보 대상은 근골격계질환으로 한정돼 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단순 추나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추나 치료 받으려는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진 않나.

“그렇지 않다. 척추관절을 주로 치료하는 한방의료기관이어서 일단 호흡기 환자가 많이 찾지 않고 감염 예방활동도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국민안심병원’ 지정을 받아 척추관절 질환자와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진료하고 있다. 병원 앞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했고 지금까지 소수의 환자가 그곳을 거쳐 진료받았다.”

-건보 적용에 따른 무분별한 시술 우려가 있었는데.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건전하게 시행되고 있다. 한의계는 추나 요법이 건보 진입 후 1년간 약 700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된 걸로 추산하고 있다. 당초 12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걸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수치다. 우려와 달리 무분별한 시술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복잡 추나’의 경우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은 본인부담률 80%가 적용되고 있다. 또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한의사 보수교육 이수 등을 통해 추나 시술의 표준화와 부당청구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보완·개선이 필요한가.

“현재 추나 치료 시 1명이 연 20회까지 밖에 건보혜택을 못받고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선 20회 제한 규정으로 인해 추가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못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건보 적용 횟수 확대가 필요하다.”

-추나 치료시 환자들이 주의할 점은.

“추나 요법은 관절의 가동 저항점을 넘어서는 강한 수동적 운동을 포함하므로 부적절한 수기(手技) 및 동작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이나 뼈암 환자, 척추관절에 감염성 질환을 가진 사람, 마미증후군(척수신경 뿌리의 압박 때문에 회음부, 방광 및 천골 부위에 나타나는 둔한 통증)환자 등은 추나 요법을 받기 어렵다. 추나 치료를 받기 전 관련 검사 및 한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추나 요법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추나 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의료계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국방부 건강국 요청으로 현역·예비역 미군, 의사, 간호사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추나 요법 원격 강의가 있었다. 11, 12월에는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러시아 등의 의사, 전통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연수단이 방한해 추나 요법의 이론과 실습을 받고 돌아갔다. 또 미국 워싱턴주의사협회와 함께 해당 지역 의사들의 표준 보수교육에 참여하기도 했다. 추나 요법 급여화로 한의치료 세계화의 날개를 달았다.”

-한의치료의 향후 이슈는.

“국민적 요구도가 높은 첩약(봉지 한약)의 급여화다. 코로나19로 인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논의가 중단됐는데, 5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걸로 알고 있다. 또 복지부의 ‘의·한(양·한방) 협진 3단계 시범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다. 의학의 경계를 넘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진료 시스템이다. 자생한방병원이 자체 도입한 ‘의사·한의사 한자리 진료’는 지난해 복지부의 우수 사례로 뽑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MD앤더슨암센터 등도 한·양방 협진을 도입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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