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도 광주의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는 3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박 후보는 1만6675표(34.15%), 문 후보는 1만6672표(34.14%)였다. 문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3표가 2표로 줄었을 뿐 당락이 바뀌지 않았다. 2016년 총선 인천 부평갑에서도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가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에게 26표 차이로 이겼다. 법원의 재검표 결과 26표가 23표로 줄었을 뿐 역시 당락에 영향은 없었다. 이번 4·15 총선 투·개표 관리에는 전국적으로 정당·후보자별 투표참관인과 경찰공무원 등을 포함해 30여만명이 참여했다. 투·개표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인천 동·미추홀 선거구에 출마해 171표 차이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가 재검표를 포기하기로 했다. 재검표를 추진하려 했던 남 후보는 “제 생각이 짧았다”며 “잠시는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 제 눈과 머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보니 제 판단은 착오였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낙선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재검표 추진 방침을 밝혔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후원계좌가 인쇄된 자신의 명함 사진과 함께 “재검표를 신청하는데 거금이 들어간다고 하니 후원금으로 힘을 보태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세월호 막말 논란을 빚은 차명진 전 의원도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동조했다.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도 비슷하다.

그러나 사전투표 조작 의혹과 재검표 주장에 대해 통합당 내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본투표에서 이기고도 사전투표에서 져 낙선한 이준석 최고위원조차 보수 유튜버들의 사전투표 조작 의혹 제기를 ‘조회수 장사’라고 일축했다. 중앙선관위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을 검토중이다. 사전투표 조작설은 그럴듯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지만 여론의 관심을 끌거나 조회수를 올리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무시되는 분위기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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