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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국회의원만 11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더불어시민당 소속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4부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6선이었고, 김 의장의 형인 고 김홍일 전 의원과 김홍업 전 의원도 각각 3선, 초선 의원을 지냈다. 4부자의 선수를 합하면 11선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6선 의원을 지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의 아들 정진석 의원이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5선에 성공해 아버지와 함께 역시 11선 기록을 세우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도 서울 마포갑에서 4선 의원이 되면서 아버지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5선)의 선수를 합해 9선 기록을 갖게 됐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 역시 서울 서대문을에서 재선돼 6선 의원을 지낸 아버지 고 김상현 전 의원과 합해 8선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밖에 고 김근태 전 의원(3선)의 부인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3선·서울 도봉갑),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재선)의 아들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도 가족 합계 다선 의원 자리에 올랐다.

집안 입장에선 경사스러운 일이겠으나 가족 간에 국회의원 지역구를 물려주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기록에 마냥 박수만 쳐줄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실제 김홍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다 아버지나 남편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 후보의 경우도 공천 때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고 이희호 여사의 후광까지 받았다며 전형적인 ‘부모 찬스’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 과거 30억원에 가까운 불법자금을 받아 구속된 전력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하면 이들이 앞으로 의원을 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에 앞장서는 수밖에 없다. 아버지나 남편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수십년간 한 집안이 의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준 국민을 생각해서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집안 전체의 선수가 많은 게 오히려 큰 자랑이 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겠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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