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 첫 시구처럼 ‘가장 잔인한 달’ 4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4월이 잔인했던 이유는 봄의 찬란한 생명력이 그를 깨워 인간 세상의 비참함과 고통을 마주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와 마스크 넘어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가, 역설적으로 온 세상이 경험하는 비참한 상황을 상기시키듯 말이다.

생명이 울려 퍼지는 봄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연일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탄식 소리와 마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인해 불과 몇 달 만에 전 세계적으로 12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문화와 문명의 첨단에 있는 도시들로부터 들려오는 죽음의 소식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하는 수많은 사람의 눈물은 우리의 가슴 한편에 묻어 둔 참사들의 기억까지 다시 꺼내 들게 만든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위로가 절실한 이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 애통하는 자들에게 하신 위로의 약속은 지금 당장 비참한 현실이 뒤바뀌어 애통이 거두어질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통과 슬픔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경험하는 위로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내 슬픔과 고통, 내 혹독한 아픔 속에서도 함께하신다는 사실에 있다. 고통의 긴 터널을 경험하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그 사실 말이다.

미국의 엘리자베스 엘리엇 선교사는 남편 짐 엘리엇을 결혼 2년 만에 선교지에서 잃는다. 짐 엘리엇은 1956년 네이트 세인트, 피트 플레밍, 로저 유드리언, 에드 매컬리 등 미국 휘튼대 출신 선교사들과 함께 에콰도르 와오라니 부족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갔다가 원주민들의 창과 화살 공격을 받고 전원 순교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큰 슬픔을 뒤로하고 남편의 목숨을 빼앗아간 바로 그 부족을 찾아가 16년간 복음을 전하며 그들과 함께했다. 그의 책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에서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고 해서 남편이 나와 함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하나님의 임재는… 가혹한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짐(남편)의 부재라는 크나큰 고통이 내 진정한 소망이요 유일한 피난처이신 하나님께로 나를 이끌었다.”(47쪽)

우리는 인생길을 걸으면서 평생 가슴앓이와 애통을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한다. 이 땅에 머물러 사는 한 이 가슴앓이는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그 애통을 넘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다. 그것이 진정한 복이자 위로다.

개혁파 교회들의 표준 교리로 사용됐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문답은 우리의 유일한 위로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만큼 참된 위로는 없다.

그동안 우리가 이 눈물 많은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참된 위로가 아니라 세상의 풍요가 주는 헛된 위안들을 바라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돌아본다. 세상의 모든 것이 넘쳐난다 할지라도 주님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백을 회복하길 소원한다. 그러한 애통을 가진 자에게 하나님의 임재의 위로가 있다. 그리고 하늘의 위로를 경험한 자들만이 이웃을 위해 애통하는 세상의 위로자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가 그런 애통을 가진 복된 자로 서 있길 소망한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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