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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예배 재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성도들은 돌아올까.’ 요즘 일선 교회 목회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애초 2~3주면 재개될 줄 알았던 예배가 어쩔 수 없이 연기되면서 ‘완전체’로 모이는 예배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엔 온라인으로 편리한 예배를 ‘맛본’ 성도들을 우려하는 고까운 시선도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코로나 이전 세계는 끝났다는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의 분석처럼, 코로나19로 기독교 신앙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이는 예배’의 재개는 12일 부활절예배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부활절 전후로 모이는 예배 재개를 예상했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도 소수만 모이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일부 교단은 교회 형편에 따라 아예 부활주일을 따로 정해 기념하자는 지침도 내놨다.

모이는 예배가 재개되더라도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성도들은 장의자에 바싹 붙어 앉기를 꺼릴 것이며, 마스크 없이 힘차게 찬송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 따라 기존 1~3부 예배를 4~6부로 드리거나 예배 장소를 분산할 가능성도 크다. 안전을 위해 앞으로도 몇 달간은 온라인예배를 지속하거나 병행할 수도 있다.

황선욱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목사는 “성도들이 3주만 예배에 빠져도 새가족처럼 살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두 달 넘게 모이지 않다가 다시 모이기 때문에 교회를 새로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예배가 이전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교회가 가진 복원력이 관건”이라고 했다.

현재 교회마다 전화 심방이나 온라인예배 콘텐츠 제작 등으로 부교역자와 직원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은 재개될 예배를 위한 임시 조치다. 공예배 복원을 위한 노력이지만, 교회를 둘러싼 환경은 순식간에 바뀌고 있다. 성도들은 이미 변화의 파도를 탄 모양새다.

서울의 한 교회를 다니는 김모(35)씨는 “휴가지에서 가족과 함께 온라인예배를 드렸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배당에 가지 않아도 주일예배가 가능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모(43)씨 역시 “교회가 강조해온 주일성수는 결국 예배당 성수였다. 예수님도 예배 장소보다는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라 하지 않았나. 일상의 예배를 더 알고 싶다”고 했다.

이런 반응을 세속화라든가 타락이라고 정죄하지는 말자. 교회는 이제 성도들이 예배당이 아닌 그 어디서든 예배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해줘야 한다. 인간의 움직임이 멈추자 지구환경이 좋아진 코로나19의 역설처럼, 모이는 교회가 멈추자 흩어지는 교회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성도들은 재택과 격일·격주 근무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일=장소’가 아님을 알게 됐다.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 칼뱅도 ‘기독교강요’에서 “미신적 안식일 준수는 피하되 주일이든 어느 요일이든 일정한 날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떡을 떼며 공중기도를 드리고 안식과 쉼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당 신자’가 아니라 ‘이 땅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더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교회’ 전문가 주상락 명지대 객원교수는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다. 교회는 예배와 선교, 대사회적 공공성 등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선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교회 안의 작은 교회’ 개념인 가족중심, 소그룹을 강화해야 한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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