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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무관중 경기



대중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승부 불가측성에 있다. 공은 둥글어 강팀이 늘 이기고, 약팀이라고 매번 지지 않는다. 독일 4부 리그 소속 자르브뤼켄이 4일 열린 독일 FA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분데스리가(1부 리그) 소속 뒤셀도르프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중은 기꺼이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는다. 관중의 응원과 환호가 있기에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뛴다.

관중 없는 스포츠는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프로스포츠나 국가대표 경기의 경우 입장 및 중계료 수입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거액의 중계권료와 입장 수익을 포기하고 지난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남북 국가대표 시합을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객관적 전력에서 태극전사에 뒤지는 북한 대표팀이 평양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릎 꿇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 게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스포츠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거나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시즌을 도중 마감한 종목과 대회가 수두룩하다. 관중 없이 TV로 중계되는 경기에선 현장감과 생동감을 찾기 어렵다. 개막을 앞둔 최고 인기 종목, 프로야구 역시 무관중 경기를 고민하고 있다. 벌써부터 도쿄올림픽도 무관중 경기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이니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무관중 경기는 문제를 일으킨 팀이나 국가에 부과하는 강력한 징계 중 하나로 기껏해야 한두 게임에 그치는 게 고작인데 야속하게도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오는 26일, 31일 열릴 예정이던 월드컵 2차 예선 5차전 한국 대 투르크메니스탄, 6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전이 연기됐다. 6월 4일 홈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전도 가변적이다.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잡히지 않으면 연기되거나 평양에 이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무관중 경기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북이 아무 소리 못 하도록 코로나19를 조기에 박살내야 하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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