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물류창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저런 일정이 취소되었고 도서관도 휴관해 집에 며칠간 갇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남편도 귀가시간이 늦어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물류업체는 일시적인 활황을 누리는 모양이었다.

늦어도 새벽 2시에는 귀가하던 남편이 새벽 3시가 되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10분 뒤 남편으로부터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핸드폰 액정화면 속 남편의 얼굴 뒤로 높게 쌓아올린 상자들이 보였다. 남편이 말했다. “아직 안 끝났어. 물량 폭주야.” 남편이 자리를 이동하자 액정화면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삼십대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물류창고에서는 700여명의 일꾼들이 함께 일한다고 했다. 쉬는 시간인지 마스크를 쓴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튿날에서야 남편이 아침 6시에 귀가했다는 것을 알았다. 엄청난 물량의 택배가 몰려들었는데 회사에서는 일단 주문이 오는 대로 다 받은 다음 그것을 분배하는 작업을 했다. 택배는 보통 밤 10시 정도에, 늦어도 11시까지는 작업이 마감이 되어야 다음 날 제시간에 배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물량을 너무 많이 받아서 11시까지 마감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마감을 해보려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택배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물량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회사는 택배회사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한 물량을 모두 취소해버렸다. 따라서 일꾼들은 그 물건들을 원래 자리로 다시 갖다놓아야 했다. 재진열을 하느라 남편을 포함한 30여명은 새벽 5시반까지 창고에 잡혀 있었다. 남편은 밤새 일하느라, 나는 밤새 잠을 설치느라 일상이 엉클어졌다. 하지만 일상의 재진열은 더디더라도 결국엔 이루어질 것이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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