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화장품 몰아낸 고등어… ‘백화점 1층=명품’ 공식 깨졌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1층 식품관.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더 라운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 1층 콘란샵.
 
남성 명품관으로 리뉴얼 중인 갤러리아백화점.


백화점 1층을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밝은 조명에 모노톤 위주의 인테리어가 차분하게 소비자들을 맞는다. 1층 벽을 따라서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 있고 가운데는 화장품과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화장품과 향수의 향이 흐르는 곳, 이곳이 전통적인 백화점 1층의 풍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화점 1층이 정형성을 벗어나고 있다. 리빙을 강화하거나 식품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등 색다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유통의 중심이 이커머스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백화점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간 혁신’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그래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1층의 과감한 변신은 업계 안팎으로 관심을 모은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1층과 지하 1층의 2개 층을 식품전문관으로 새 단장을 해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잘 꾸며진 공간은 곧 ‘포토존’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1층은 ‘사진 찍으러 가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색감이 특히 20, 30대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들도 맛집 유치 경쟁에 나선 지 오래다. 최근에는 맛집을 백화점 ‘어디에’ 입점시키느냐로 변화를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층에 레스토랑을 입점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에 이어 올 하반기 미아점 2층에 식당을 오픈할 계획이다. 백화점 1층은 쇼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리창을 없애야 한다는 게 전통적인 매장 구성 방식이지만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통유리창을 설치해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백화점 공간의 혁신은 ‘식품’과 ‘리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11월 신관 1~2층에 영국 최고급 생활 편집숍인 ‘더콘란샵’을 오픈했다. 매장 규모는 3305㎡(약 1000평)로 세계 12개 콘란샵 매장 중 가장 넓다. 생활용품 매장이라기보다 갤러리 느낌이 들게끔 꾸며 놨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와서 쉬고 감상하면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채웠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2~6층 총 5개 층을 리빙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9층에 있던 리빙매장을 지난해 백화점의 ‘로열층’인 4층으로 내렸다.

명품관도 변신 중이다. 대구신세계는 2016년 문을 열면서 ‘명품 브랜드=1층’ 공식을 깨고 5층으로 올렸다. 대구신세계는 1~4층이 버스터미널과 연결돼 공간이 좁은 반면 5층은 탁 트인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업계 최대 규모인 약 1만6000㎡(약 5000평)에 이르는 5층을 명품관으로 구성하면서 자연 채광을 더해 명품관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구신세계 명품 매출은 오픈 이후 3년간 매년 평균 30% 이상씩 신장하고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은 남성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구찌 남성’ ‘루이비통 남성’을 최근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 4층 남성매장 한 곳으로 모았다. 명품 구매의 큰손으로 떠오른 20, 30대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리뉴얼이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을 고객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업계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라며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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