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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대일 공공외교 확대해야



작년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겨우 봉합되었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해결은 당분간 기대 난망이다.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 중심’의 한국 vs ‘국제법 준수와 한국 내 입법조치로 해결’을 주장하는 일본 간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 판결 존중, 피해자 실질적 구제, 한·일 관계 중시를 기초로 강제동원 해법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원고단이 제안한 한·일 정부와 기업, 전문가, 변호사가 참여하는 ‘양국 간 공동협의기구’에 상당한 관심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즉각 ‘전혀 관심 없다’고 거부하였다. 올해 6월 수교 55주년, 7월 도쿄올림픽이 있지만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자산처분이 강행될 경우 한·일 관계는 또다시 격랑으로 빠지게 된다.

양국 간 민간교류는 뚝 떨어졌다. 관광 자제와 불매운동으로 인해 방일 한국인은 작년 7월 이후 급감했다. 전체 방일 항공편은 작년 10월 일주일에 879편에 그쳐 무려 427편 줄었다.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공항, 이바라키 공항, 도야마 공항, 사가 공항, 오이타 공항 등에서 한·일 직항노선이 폐지되었다. 국민 간 상호 호감도도 매년 악화하고 있다. 작년 9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인 가운데 한국이 싫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북한, 중국에 이어 한국이 3위로 한해 전(61%)보다 반한정서가 더 심해졌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된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 내년 9월이면 아베 총리도 물러날 것이고, 국제정세 변화에 대비한 한·일 관계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한다. 일본 내 혐한정서를 낳은 가장 큰 원인은 아베 정권의 정치 포퓰리즘과 우파언론 책임이 크지만, 한국도 ‘국제법을 준수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의 왜곡 프레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대일 공공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2020년 1월 현재 163개의 한·일 지자체 자매결연으로 국제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양국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본 미야자키시와 충청북도 보은군 간 중학생 교류사업을 비롯해 나가사키현과 부산 간 조선통신사 교류사업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월 가고시마현과 전라북도 간 자매결연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고, 일본 돗토리현 히라이 신지 현지사가 강원도청을 방문하여 지속적인 교류의사를 재확인하였다. 부산 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의 저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악화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인끼리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 갤럽이 작년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시민들이 느끼는 ‘일본’과 ‘일본인’은 호감도 면에서 크게 다르다. 일본 호감도는 12%로 낮지만, 일본인 호감도는 무려 3.5배 이상 높은 41%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청소년 세대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일본인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18~29세 청소년층은 60%에 달한다. 일본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일본인 여대생이 “고교나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에는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성이라면 여배우나 모델을 한두 번쯤 동경하지만 그 대상이 마침 한국 아티스트였다. 우리 세대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지자체와 청소년 교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중앙정부 아닌 지자체 간 국제교류,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대일 공공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아래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일 관계가 나아질 수 있다. 양국 정상이 민간교류 확대에 일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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