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미래를 알게 된다면



최근 바라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평소에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실제 결과가 그보다 나쁘지 않게 되면 낙담을 덜 하는 편이었다. 몇 달 동안은 이와 반대로 가장 희망적인 상황을 예상하였다. 그러다 보니 번번이 심리적인 기대가 무너지면서 힘들어졌다. 비과학적인 것들을 믿지 않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니 자꾸 무언가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게 된다면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만약 누군가 너의 미래가 적혀 있는 노트를 주겠다고 해. 그럼 받아서 볼 거야, 아니면 받지 않을 거야?”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답을 한다. “전 보지 않을래요. 만약에 좋게 나왔으면 어차피 될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안 좋게 나왔으면 실망해서 또 아무 일도 안 할 것 같아요.” 아이의 대답을 들으니 어릴 적 읽었던 만화책의 한 구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삶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가진다’라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왜 미래를 알고 싶어 하고 때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두려워하는 걸까.

‘열두 발자국’에서 저자는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이 사라지고 불행을 미리 알게 된다면 더 큰 불행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행복은 더 크게 누리고 불행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 때 기뻐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불행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울한 날들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를 모두 알게 된다면 삶은 기대감과 긴장감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상황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앞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선택을 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미래는 직접 부딪혀서 열어보는 걸로 생각을 바꾸고 걷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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