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환대와 구원



근래 번역돼 나온 ‘환대와 구원’이라는 책이 있다.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인 조슈아 지프(Joshua W Jipp)가 저술했다. 원제목은 ‘믿음과 환대에 의한 구원’(Saved by Faith and Hospitality)이다. 어쩌면 종교개혁 전통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저자는 소위 행위 구원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구원이 하나님의 환대에 기인한다는 사실과, 어떻게 이것이 사람의 환대를 이끌어내는지를 복음적으로 매우 탄탄하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지프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환대하셨다는 것은 복음 메시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종교개혁의 칭의론도 아무 공로 없는 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우리가 하나님의 넉넉한 품으로 환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신앙의 근본과도 같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저 이 사실 앞에 감격하는 것에서 멈추고 마는 경향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한한 환대를 베푸셨다는 것이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구약성경에서부터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땅에 들어오도록 환대받은 자들로 묘사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땅은 하나님의 소유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약속한 땅을 분깃으로 내어 주신다. 그러므로 성도의 정체성은 광야의 나그네로서 하나님께 환대받은 자이다. 그리고 여기서 성도의 삶의 태도와 방식이 도출된다.

“셋째 해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신 26:12)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서 첫 소산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환대 은혜에 대해 인정하고 감사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뿐만 아니라, 그 소산을 연약한 타자들과 나눌 것을 명령하신다. 하나님의 환대 때문에 구원받은 자들이 이제 환대를 베푸는 자들로 살아갈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신약의 예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환대의 실체로서 이 땅에 오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들과 함께하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즐거워하셨다. 심지어 그것이 사회문화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터부시되는 일이었음에도 그 어떠한 비난도 예수님의 환대를 막지 못했다. 예수님은 기꺼이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로 불리셨다. 그리고 우리 또한 감히 예수님의 그 넉넉함 품에 안겨 있다.

물론 환대하는 삶으로의 부르심은 오늘날 우리에게 참 불편한 메시지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환대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할 때 맞닥뜨리게 될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이 우리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서 성경의 가르침은 슬쩍 뒤로하고 마는 것이 우리의 부족함이고 연약함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환대하는 삶으로 초대하실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주심을 믿어야 한다. 환대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바로 환대의 근원이시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지난 수십 년간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수많은 물질적·인적 자원의 축복을 누려왔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우리만의 리그 속에서 하나님의 축복들을 독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회가 유람선과 같았다면 이제는 구조선이 돼 신음과 고통이 가득한 땅으로 향해야 한다. 외인들을 환대하는 교회와 성도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가 왔다.

송태근(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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