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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일교차 심한 10월, 심장·뇌혈관 ‘돌연사’ 경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식은땀, 현기증 등의 증상이 30분 이상 계속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왼쪽)을, 두통과 구토, 한쪽 얼굴과 팔·다리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지혈증·고혈압 등 가진 사람 뇌졸중·심근경색·협심증으로 발병·진료 환자 수 1년 중 최고치
새벽 찬바람에 노출될 경우엔 혈압 급상승 응급상황 올 수 있어… 바깥 나들이 할 때 보온 신경써야


일교차 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여전히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아침과 밤에는 쌀쌀해졌다. 환절기에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증식이 쉬워져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급증한다. 하지만 더 주의해야 할 게 뇌졸중과 심근경색, 협심증 등 한순간에 생명을 앗아가거나 큰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들이다. 40, 50대 돌연사의 주범이기도 하다. 실제 이런 심·뇌혈관질환이 10월에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뇌졸중 환자 데이터 분석 결과 10월에 21만3504명이 진료받아 월 단위 전체 1위였다. 환자 수가 가장 적었던 9월(18만8228명)보다 2만5000명 넘게 증가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심근경색 진료 환자 역시 10월(3만1636명)에 가장 많았고 9월(2만6346명)보다 5000여명 늘었다. 협심증도 마찬가지로 10월 환자가 18만989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세 질환의 9월→10월 환자 상승폭은 같은 환절기인 2월→3월보다 훨씬 컸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보다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때의 심장과 뇌혈관에 더 큰 위험 경고등이 켜진다는 얘기다. 심장·뇌혈관은 날씨가 춥거나 더운 날씨보다 기온차가 클 때 가장 취약하다. 고지혈증, 고혈압 등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새벽 찬바람 노출 시 혈압 급상승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압력이 커져 혈압이 올라간다. 보통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수축기 혈압은 1.3㎜Hg 상승하고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13㎜Hg가량 오른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최철웅 교수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되면 피가 지나는 통로가 그만큼 좁아지고 혈관이 딱딱해져 심장운동이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심장 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심근경색을 일으켜 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벽 찬바람에 노출될 경우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치명적인 응급상태가 올 수 있다.

협심증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져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왼쪽 가슴이 쥐어짜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며 숨 막히는 압박통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통증은 목이나 어깨, 왼쪽 팔 안쪽으로 퍼지고 간혹 턱밑, 목구멍까지 치닫기도 한다. 때로는 소화가 되지 않는 듯한 더부룩함, 가슴 두근거림, 불안과 오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은 20~30분간 지속된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심장기능 저하), 치명적 부정맥 등으로 진행돼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다.

심장 혈관이 혈전(피떡) 등으로 완전 막히는 심근경색은 예고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30분 이상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을 느낀다. 협심증보다 가슴 통증의 정도가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50%는 건강한 사람들이며 나머지는 평소 협심증 증상을 갖고 있던 이들이다. 수일 전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급성 심근경색은 병원 도착 전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하며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찬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심장 혈관의 수축과 함께 인체를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하는 교감신경의 활동이 늘어나며 이로 인해 사지의 말초동맥들도 수축되고 혈관 저항이 높아져 심장 부담은 늘게 된다”면서 “평소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병이 악화하거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어 환절기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찬바람에 노출될 수 있는 새벽이나 저녁 운동, 등산 등은 삼가야 한다. 바깥나들이를 할 때는 옷을 충분히 껴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침 기상 시 천천히 일어나고 혈압을 체크해 정상보다 높을 땐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술·담배도 피해야 한다.

고대 구로병원 나승운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심장질환과 그로 인한 심장마비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30대, 20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협심증, 심근경색의 증상들을 숙지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 응급 대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바람이 찬 날씨에 밖에 나갔는데 갑자기 왼쪽 젖가슴 부위가 조여오거나 평상시보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119에 바로 전화해 최대한 빨리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평소 갖고 다니던 응급약 니트로글리세린(심장 통증 줄이는 혈관 확장제)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생사를 가르는 시간)은 2시간 이내다.

미니 뇌졸중, 재발 주의

아침과 낮의 일교차가 크면 뇌혈관도 갑자기 수축되고 피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이 생기기 쉽다.

뇌의 어느 부위에 손상이 왔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지만 흔히 얼굴이나 팔·다리 한쪽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발음도 어눌해져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경우에 따라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이 동반되면서 중심을 잡을 수 없고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거나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 환자 중에는 신체 마비를 비롯한 뇌기능 저하 증상이 수분 혹은 수시간 지속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과성 뇌허혈’(일명 미니 뇌졸중)이 발생했다면 추후 심각한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높다. 환절기가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지방질이 쌓여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이 위험요인이다.

최근에는 심장에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흘러가 막거나 항암치료 과정에 생긴 혈액응고(피뭉침) 장애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도 환절기 뇌졸중의 고위험군이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로 환자를 옮기는 것이다.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3시간 이내다. 이 시간 내에 혈전으로 막혔던 뇌혈관을 뚫어주면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권 교수는 “따라서 혈전 제거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뇌졸중 119’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뇌졸중이 한 번 왔다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재발을 막으려면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비만, 과도한 음주 등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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