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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잘 안보여 안과 갔는데 뇌질환… 눈을 보면 전신 건강 보인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김태기 교수가 한 여성의 눈을 살피고 있다. 시력 저하 등의 문제로 안과를 찾았다가 다른 질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갑상샘눈병증과 당뇨망막증, 포도막염(사진 왼쪽부터)이 전신 질환의 단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어느 날 갑자기 보는 게 불편해지면 우선 눈 질환 의심하기 마련이지만 다른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많아
눈앞이 잠깐 깜깜한 ‘일과성 흑암시’ 혈관폐쇄 등 전신질환 의심해 봐야
망막에 출혈 생기고 시력 떨어지면 백혈병 등 혈액질환 가능성도 있어


A씨(65)는 최근 1년 사이 눈이 침침해져 생활에 불편을 많이 겪었다. 근래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잘 보이지 않게 되자 안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양쪽 눈 시력은 0.4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정밀검사에서 ‘시야 결손’(특정 부위가 보이지 않음)도 포착됐다. 의사의 권유로 찍은 뇌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뜻밖에 ‘뇌하수체종양’이 발견됐다. A씨는 “눈이 나빠져 안과에 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병을 알게 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보는 게 불편해진다면 우선 눈 질환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다른 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눈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눈의 증상으로 전신 질환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김태기 교수는 16일 “실제로 몸에 다른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단순히 시력이 떨어져 병원에 왔다가 뇌 이상이나 다른 큰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신체 다른 부위 질환이 눈의 문제로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잘 안 보여 안과 갔다가 뇌질환 발견

A씨에게서 발견된 뇌하수체종양은 뇌의 양성 종양으로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한다. 뇌하수체는 뇌의 한가운데 위치하는 조직으로, 시신경이 눈 뒤쪽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부위(시신경 교차)에 있다.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종양이 커지면서 시신경을 눌러 시야가 양쪽 끝부터 서서히 좁아지는 시야 감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면은 잘 보이는데 양 옆만 가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알기가 쉽지 않다. 그냥 놔두면 실명까지 갈 수 있다.

김태기 교수팀의 연구 결과 안과를 먼저 방문한 뇌하수체종양 환자의 84.2%가 시력 저하를 호소했다. 이들의 뇌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선 54.4%에서 시신경 교차 부위 압박이 관찰됐고 43%가 시야 이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실제 노인성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도 시력 저하가 지속돼 정밀검사 후 뇌하수체종양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눈이 침침한 증상이 있으면 안과 검진을 받고 백내장, 녹내장 등 시력이 떨어질 만한 다른 확실한 원인이 없는 경우엔 시야 정밀검사를 통해 다른 곳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뇌하수체종양은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흉터 없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종양을 치료하면 시력 저하와 시야 결손도 나아진다.

뇌졸중도 눈에 미리 ‘신호’를 준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눈에서부터 시각 중추인 뇌 후두엽까지 가는 경로가 손상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올 수 있다. 대개 한쪽 눈의 시야가 손상되며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운전하기가 불편해진다.

아울러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난치병인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시력을 떨어뜨리는 시신경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경염 환자의 약 40%에서 다발성경화증이 발견된다.

눈이 점점 튀어나오는 갑상샘 질환

갑상샘은 우리 몸의 대사와 체온을 조절하는 갑상샘호르몬을 만드는 곳이다. 목의 툭 튀어나와 있는 곳에 있는 나비 모양 기관이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면 갑상샘이 붓는 갑상샘항진증이 생기는데, 안구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갑상샘눈병증’이라 한다. 눈을 움직이는 근육과 눈 주변 지방에 여러 물질이 쌓여 부종(붓는 증상)이 발생하고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안구건조증이나 각막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좋지 않아 사시가 발생하고 시신경이 눌려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갑상샘항진증이 심하지 않아도 눈 증상은 심하게 올 수 있어 반드시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당뇨병·고혈압, 눈 망막 망가뜨려

당뇨병은 눈의 망막혈관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시력 장애를 초래한다. 망막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한다. 당이 높은 혈액이 망막혈관을 지나면서 혈관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미세출혈을 일으키는데, 주요 당뇨 합병증인 ‘당뇨망막증’이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김철구 교수는 “당뇨병 발병 후 20년이 지나면 1형당뇨병(소아당뇨병) 환자의 99%, 2형당뇨병(성인 당뇨병) 환자의 약 60%에서 당뇨망막증이 생긴다”면서 “초기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 진단 후 초기에는 1년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수개월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으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도 망막혈관을 손상시켜 출혈, 부종, 혈관폐쇄 등을 일으키며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대개 고혈압이 15년 이상 지속되면 망막병증을 일으킨다.

눈앞이 잠깐 깜깜해지는 ‘일과성 흑암시’가 있을 경우에도 전신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시력 소실은 보통 수초에서 수분 안에 정상 회복되는데, 대부분 혈관폐쇄와 혈액순환 문제가 있어 생긴다. 김태기 교수는 “특히 경(목)동맥이 좁아져 있는 경우 흔히 발생한다”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혈관손상 위험인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폐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 시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드물지만 백혈병 등 혈액 질환의 경우에도 망막에 출혈이 일어나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눈 충혈·건조증 있으면 면역질환 의심

눈이 충혈되는 여러 원인 중 포도막염이 있는데, 이로 인한 충혈일 경우 류머티즘성관절염, 강직성척추염, 루푸스, 베체트병 등 자가면역 질환 동반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포도막염은 눈 속 구조물 중 하나인 포도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또 눈이 뻑뻑한 증상이 심하면 단순 안구건조증이 아닌 쇼그렌증후군(눈물샘에 만성 염증)을 의심해야 한다.

건양의대 신경안과 김응수 교수는 “일부 결핵약과 류머티즘성관절염 치료제의 경우 시신경이나 망막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스테로이드 약물은 백내장과 녹내장을 유발하는 걸로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해당 약물 복용 시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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