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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빛이 쏟아지는 밤, 태초의 세상도 이러했을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본 지가 언제인가. 지친 도시의 삶에는 밤하늘의 별빛마저 모습을 감춘다. 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면 빛 공해에 사라진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뭔지 깨달을 때쯤, 동쪽 하늘 위로 떠오르는 구름 같은 은하수는 탄성을 자아낸다.

달이 지는 시간을 확인하며 하늘만 바라보던 지난 7일 충북 보은시 원정리의 한 느티나무 위로 은하수가 떠올랐다. 모내기 철 논에 물을 댄다는 소식에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물 댄 논 위로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인다.

강릉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에 떠난 지난달 13일.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의 배추 밭은 하얀 눈에 파묻혔다. 구름이 걷히지 않던 이날도 하릴없이 기다리길 몇 시간. 새벽 4시가 다 되어야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보석이 보인다. 설경 위로 떠 오른 은하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희망에 부푼 사람들이 밤하늘을 누빈다. 지난 15일 충남 예산시 예당저수지 근처에서 뛰어다니길 수십 차례. 그렇게 보낸 항공기가 몇 대인지 잊을 때쯤 한 대가 달에 걸렸다. 제주도행 항공기가 무심한 듯 달을 가로질렀다.

보름달이 뜬 지난달 19일 아이가 탄 자전거가 달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바라본 동편 산등성이 위로 하얀 보름달이 올라왔다. 빛이 사라져 깜깜하다고 생각했던 밤은 언제나 빛나고 있었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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