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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지중해 전역 학자들 몰려… 아직 그들의 숨결이~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 관광휴양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는 거대한 도서관과 등대의 역사로 유명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본 저녁 노을이 과거 전성기를 대변하듯 황홀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한글 등 전 세계 문자를 새긴 도서관 외벽.
 
2002년 새로 문을 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내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 중인 몬타자 궁.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225㎞ 거리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 제2의 도시, 나일강 하구 지중해의 관문도시, 온난한 기후의 관광휴양 도시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도서관과 등대의 이야기가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지중해의 훈풍이 부는 오랜 도시는 일상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기원전 332년 스물다섯 나이에 이집트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수학한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조성한 도시가 알렉산드리아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정복자들과 달리 이집트의 전통과 종교를 존중했고, 정복자들의 토지를 모두 빼앗아 이집트인에게 돌려줬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건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BC 288년 건립된 이 도서관은 한창 때 90만권의 장서를 자랑했다. 국경에 상관없이 그 당시의 모든 교양서적들을 최초로 수집해 세계의 지식들을 취합했다. 당시 그리스 전체와 아시아 일부 지역의 책을 더한 것과 비슷했다고 한다. 로마가 이집트를 점령한 BC 30년까지 지중해 지역 지식과 학문의 중심지였다. 강의와 연구를 위해 당시 전 지중해 지역의 학자들이 이곳에 몰릴 정도였단다.

이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 기능뿐 아니라, 고대와 중세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과 희귀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 자료실이 있고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모습을 복원한 지중해연구소도 있다. 도서관은 전 세계 문자를 새긴 외벽으로 유명하다. 한글도 외벽의 한쪽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14.4㎞에 달하는 해변도로를 따라 도시가 형성됐다. BC 47년 로마 공격 때 일부가 탔고 415년 잿더미로 사라진 이 도서관을 부활시키자는 논의가 1974년 알렉산드리아대학에서 시작됐다. 1995년 유네스코의 전폭적 지지로 공사가 시작됐고, 2002년 10월 16일 문을 열었다. 유네스코와 이집트 정부의 주관 아래 진행된 도서관 재개관 사업에는 아랍국들을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들도 참여했다. 그 결과 24만여 권의 책, 1500종이 넘는 간행물, 1만여 점의 원고와 희귀본, 5만여 점의 지도 등 전 세계의 자료가 이곳에 모였다. 과거의 영화도 함께 되살아났다. 이집트의 태양을 형상화한 도서관은 외관뿐 아니라 거대 기둥이 들어선 웅장한 내부 열람실이 압권이다. 박물관 컬렉션도 수준급이다.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2곳의 검문소를 거쳐야한다. 몇 단계의 층계로 구분된 도서관 내부는 개방형 좌석과 폐쇄형 탁자 그리고 다양한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꽂이로 꾸며졌다. 몇 개 층을 통합한 공간에 자연광이 천장 유리를 뚫고 비치고 있었다. 여행객이 오가는데도 학생들은 책 속에 파묻혀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파로스 등대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명령으로 BC 290년 세워졌다. 파로스섬의 방파제 남쪽에 바빌로니아 양식으로 건설된 원추형의 이 등대는 꼭대기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각상, 그 아래에 7.3m, 38m, 69m의 3단 기단이 겹쳐져 120m 높이로 세워졌다고 한다. 맨 아래층이 4각형, 가운데 층이 8각형, 꼭대기 층은 원통형이었다. 각 층은 모두 약간 안쪽으로 기울도록 지어졌다. 내부에 설치된 나선형의 길은 등대 꼭대기 옥탑까지 이어졌고 옥탑 위에는 거대한 여신상이 솟아 있었다.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밤에는 불빛, 낮에는 반사경으로 선박의 안전을 책임졌던 이 등대는 1303년, 1326년 두 차례의 큰 지진으로 대부분 파괴됐다. 1480년 이집트의 술탄 카이트 베이가 옛 파로스 등대 부지에 ‘카이트 베이 성채’를 건설했다. 오스만투르크로부터 해안선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성채는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빼놓을 수 없다. 안토니우스와 결혼해 자식 3명을 낳고 살았지만 악티움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면서 영화로운 시대는 끝이 났다. 옥타비아누스 유혹에 실패한 그가 스스로 독사에 물려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요새를 나서면 한적한 포구도시의 풍경이다. 알렉산드리아만으로는 어선이 드나들고 꼬마들은 해변에서 물장난을 치며 주민들은 난간에 기대 해풍을 맞는다. 도시에서 만나는 알렉산드리아의 유적들은 단출하다.

알렉산드리아는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해변에 유명 레스토랑들이 영업 중이고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생선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생선, 오징어와 새우를 튀긴 요리는 입맛을 돋운다.

여행메모

관광 위해 택시 대절하려면 흥정 필수
지중해 보며 해안도로 산책 큰 즐거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는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갈 수 있다. 국제공항이 있어 수도 카이로를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해도 된다. 카이로∼알렉산드리아는 기차로 약 2시간, 자동차로 약 3시간 소요된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 대통령과 각료들의 여름 별장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도 많아 호텔이 다양하다. 인터넷 사정도 양호하다.

관광을 위해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했다면 알렉산드리아역에서 택시를 대절하면 된다. 기사와 흥정은 필수다.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면 시간 단위로 택시를 자가용처럼 이용할 수 있다. 배낭여행객이라면 시내를 관통하는 트램을 이용해서 도시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산책하는 것도 이 도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 시민이나 낚시꾼을 만나 대화하는 즐거움도 크다. 해변 곳곳에 스킨스쿠버 등 해양레포츠 안내 팻말이 있다. 스킨스쿠버 속성 교육을 받고 지중해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중해 도시여서 생선 요리가 먹을 만하다. 라무르역 북쪽의 해안거리에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사드자그루르 광장 주변에는 운치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알렉산드리아(이집트)=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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