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폰 뚜껑 여니 아직은 LTE급… “2년 정도 기다려라”



“그래서 5G폰 지금 사?”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5G 서비스 상용화가 시작된 이후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갤럭시S10 5G로 며칠간 5G 서비스를 써본 후 얻은 답은 “아직은 아니다. 지금 쓰는 폰 약정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라”다.

갤럭시S10 5G에 통신속도 측정 앱을 깔고 광화문, 강남 등 서울 도심 주요지역을 다니며 속도 측정을 해봤다. 5G 신호가 잡힌다고 뜨는 곳도 100Mbps 안팎의 속도가 나왔다. 레이턴시(지연시간)도 30~100ms 정도였다. 이통사 직원이 속도가 잘 나온다고 귀띔해준 장소에서는 이보다 훨씬 좋은 수치가 나왔지만 고정된 장소에서 빠른 속도가 나오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몇 군데 테스트를 해보고 전체를 평가하기는 아직 섣부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러 사용자가 비슷한 평가를 한다는 걸 확인할 수는 있었다. 이통사들이 5G 망을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깔았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5G 속도가 온전히 구현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과거 LTE 초기를 생각해보면 5G 초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LTE는 이론상 최고 속도가 1Gbps, 레이턴시는 10ms다. 하지만 LTE 도입 초기 속도는 75Mbps에 불과했다. 점점 망이 깔리고,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추가되면서 지난해에 1Gbps 구현이 가능해졌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5G망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2년 정도면 5G망이 LTE처럼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럼에도 유독 5G 초반에 사용자 불만이 높은 것은 기대치가 애초에 달랐기 때문이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 3G로도 인터넷 검색, SNS 등을 쓰는 데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3G 무제한 요금제를 쓰면 그 이상 빠른 통신 서비스에 대한 필요를 못 느꼈다. 이후 LTE 속도가 빨라지면서 동영상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 잡은 건 콘텐츠와 통신망의 발전속도가 균형 있게 진행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적인 기술과 맞물려 삶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처음부터 컸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당장 180도 바뀔 만한 건 별로 없다. 5G 콘텐츠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다. 그러니 실망이 더 크다.

이통사들이 5G 킬러 콘텐츠라고 내놓는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VR) 관련 콘텐츠다. SK텔레콤은 옥수수 내에 5GX관을 만들고 VR 콘텐츠를 강화했다. 프로야구도 VR 중계를 볼 수 있게 했다. KT는 e스포츠를 더욱 빠르게 볼 수 있는 e스포츠 라이브를 대표 콘텐츠로 내세운다. LG유플러스도 VR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은 굳이 5G가 없어도 LTE나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이라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인 ‘해치’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5G가 아니어도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는 최근 몇 년 사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VR 관련 산업이 5G 시대를 맞아 다시 꿈틀대는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또 스트리밍 게임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5G에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세계 최초 5G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는 화면이 6.7인치로 매우 크다. 화면이 커서 콘텐츠를 볼 때 시원한 느낌은 좋지만, 성인 남성이 한 손에 쥐기에도 크다. S10 5G 전·후면 카메라에는 3D 심도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해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데 특히 증강현실(AR) 관련 기능을 쓸 때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AR 관련 콘텐츠가 부족해 사용하기가 익숙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S10 5G에 25W 초고속 충전 기능을 넣어 기존 고속충전(15W)보다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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