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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하나로 넓게 예방… 바늘 없는 ‘니들 프리’ 백신도 등장

백신은 감염병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근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질환을 예방하거나 접종 연령을 넓히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삿바늘 없는 차세대 백신 개발도 한창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개 이상 항원으로 구성돼 여러 개의 감염병 예방
2017년 출시된 ‘펜탁심주’ 국내 유일한 5가 백신

가다실·서바릭스 자궁경부암 예방, 암 치료까지 영역 넓혀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뿌리는 분사형 등
주삿바늘 없는 차세대 백신 임상시험 중 조만간 상용화


홍역과 풍진, 백일해 등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감염병 관리와 예방에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홍역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지속 발생하고 있어 보건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3월 이후 ‘봄 독감(인플루엔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은 중요한 사망 원인인 감염병을 퇴치하거나 감소시켜 삶의 질을 높여왔다. 일례로 폴리오 백신 등장 이후 소아마비는 99% 줄어 전 세계적으로 완전 박멸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세계예방접종주간(4월 24~30일)을 맞아 ‘다함께 예방, 백신 접종으로(Protected Together: Vaccines Work!)’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접종률 향상과 감염병 퇴치 캠페인에 들어갔다.

60초마다 5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신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백신 하나로 여러 종류의 병을 폭넓게 막아주는 ‘혼합 백신’의 개발과 보다 넓은 나이대에서 접종 가능한 ‘연령 확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삿바늘 없는 ‘니들 프리(Needle Free)’ 백신도 등장하고 있다.

하나로 폭넓게 예방 ‘혼합 백신’

혼합 백신은 2개 이상의 항원으로 구성돼 여러 개의 감염병을 예방해 준다. 접종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감염 및 합병증 위험이 큰 영·유아기의 적기 접종을 도와 완전 접종률을 높이고 그에 따른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영아 기초예방접종 혼합 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를 막아주는 3가 백신(DTap), 4가 백신(DTap+소아마비 예방)에서 5가 백신(DTap+소아마비+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비형균 감염증 예방)으로 재편되고 있다. 즉 1개의 백신 접종으로 5가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6월 국내 출시된 펜탁심주(사노피파스퇴르)는 국내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5가 백신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포함돼 무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생후 2, 4, 6개월에 세 차례 맞는다.

기존 3가 혼합 백신과 소아마비(IPV),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감염증(Hib)을 따로 맞을 경우 각각 생후 2, 4, 6개월 간격으로 총 9회 접종해야 한다. 또 4가 혼합 백신과 Hib 백신을 따로 맞을 경우에는 총 6회 접종이 이뤄진다. 하지만 5가 백신은 접종 횟수를 최대 3분의 1로 줄였다.

독감 백신 역시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바뀌는 추세다. 3가 백신은 그해 유행이 예상되는 3가지 바이러스 중 A형 2개(H1N1, H3N2)와 B형 1개(빅토리아형)를 막아준다. 하지만 B형 중 나머지 1개(야마가타형)는 예방할 수 없다. 그래서 4개 바이러스형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4가 독감 백신이 속속 개발됐다.

2016년과 2017년 국내 허가된 독감 백신의 80%가 4가 백신이다. 현재 박씨그리프테트라주(사노피파스퇴르), 스카이셀플루4가(SK바이오사이언스) 등 12종이 출시돼 있다. 3가 백신은 9종이 나와 있다.

다만 3가 백신이 무료인 국가필수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4가 백신은 본인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 맞아야 한다. 백신 종류나 의료기관별로 값이 다르지만 통상 1회 접종에 3만~4만원 선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향후 4가 독감 백신의 NIP 포함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어른 넘나드는 ‘연령 확대’

최근 백신들에서는 접종 연령 확대도 화두다. 독감의 경우 기존에는 만 3세 미만 영아에서 3가 백신만 접종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생후 6개월 이상 전 연령대에서 3가와 4가 백신 접종이 가능해졌다. 아이와 어른을 넘나드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 중 하나로 여겨졌던 일본 뇌염의 경우도 2015년 국내 최초로 영·유아뿐 아니라 성인 적응증까지 허가받은 이모젭(사노피파스퇴르)이 등장하면서 연령대가 넓어졌다. 병·의원에서 12개월 이상 영·유아는 2회(12~24개월 간격 2회 접종), 성인은 단 1회 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가능하다. 국내에 나와 있는 일본 뇌염 백신은 4종(생백신 2종, 사백신 2종)이다.

일본 뇌염은 지난 7일 제주에서 이를 매개하는 ‘작은 빨간집모기’가 올해 처음 발견돼 보건 당국이 전국에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일본 뇌염의 경우 백신 도입 전인 1971년 이전 출생해 과거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은 필리핀 태국 등 유행국가로 여행 계획이 있거나 모기가 많은 지역에서 캠핑 낚시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간주돼 우선적으로 1회 접종이 권장된다. 이모젭의 경우 호주 미국 등에서 실시된 18세 이상 성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접종 후 14일 만에 빠르고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충분한 면역 형성을 위해 모기 출현이 많은 지역 또는 국가 방문 2주 전에는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

수막구균 4가 백신 역시 영·유아와 청소년, 성인이 모두 접종할 수 있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수막구균은 재채기나 기침, 식기 공유 등을 통해 집단 내에 확산될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영·유아뿐 아니라 학교·기숙사에서 집단생활하는 청소년, 유행 지역(중동 등)으로 여행 가는 성인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수막구균 4가 백신 ‘메낙트라’(사노피파스퇴르)는 2014년 국내 허가 당시에는 11세 이상 55세 이하가 대상이었으나 2015년부터 생후 9개월 이상 영·유아와 어린이도 접종할 수 있게 확대됐다. 멘비오(GSK)는 생후 2개월부터 55세까지 접종 가능하다.

백신은 대부분 감염병 예방에 집중돼 있지만 근래에는 암 예방과 치료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다실(MSD)과 서바릭스(GSK)는 주요 발병 원인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해 준다. 2016년부터 NIP에 포함돼 만 12세 소녀에게 무료 접종하고 있다.

서바릭스는 2가 백신으로 자궁경부암 발생과 연관성 높은 HPV 16·18형, 가다실은 4가 백신으로 HPV 6·11·16·18형을 예방해 준다. 가다실은 9가 백신(6·11·16·18·31·33·45·52·58형)도 나와 있으며 기존 4가 백신보다 예방 효과를 30% 높인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 밖에 암 예방을 넘어 암을 제거하는 치료 백신 개발 연구도 자궁경부암과 전립선암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백신 개발 한창

그렇다면 차세대 백신의 모습은 어떠할까. 주삿바늘 없는 ‘니들 프리 백신’, 고령자를 위한 고용량 독감 백신이 눈길을 끈다. 주삿바늘의 공포와 부담을 덜어주는 니들 프리 백신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향후 주사제 형태 백신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니들 프리 백신의 제형은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과 뿌리는 분사형 등이 있다. 패치형은 주삿바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주사침(Micro Needle)이 촘촘히 붙은 패치를 피부 표면에 붙이면 주사 약물이 몸속으로 전달되는 원리다. 미국 조지아공대가 개발한 제품이 현재 임상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속 바늘 대신 주사액을 초속 200m 속도로 뿌려 흡수되도록 하는 분사형도 최근 미국에서 개발돼 FDA 승인을 받았다. 초고속으로 분사돼 통증을 느낄 수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일명 ‘제트 주사’로 불린다.

고령화 사회에 면역력 약한 노인들을 위한 고용량 독감 백신 개발도 한창이다. 백신에 함유된 항원 함량을 높여 예방효과를 증폭시킨 형태다. 백신개발 전문인 사노피파스퇴르와 GC녹십자가 고령자에게 보다 강력하고 광범위한 예방효과를 내는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는 15일 “예방접종은 감염병으로부터 개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입증된 방법”이라며 “최근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감염병을 예방하는 혼합 백신, 면역반응을 높이는 고용량 백신 등 효과와 순응도를 높이는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 “봄 독감 5월 중순까지 유행” 질본, 주의 당부

보건당국은 “지금 유행하는 봄 독감(인플루엔자)은 통상 5월 중순까지 진행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독감 의심 환자는 14주차(3월 31일~ 4월 6일)에 외래환자 1000명 당 32.2명으로 2018~2019시즌 유행 기준(6.3명)을 5배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3~18세 의심 환자가 1000명 당 90명으로 가장 많았고 7~12세(86.6명), 1~6세(37.6명) 순이었다. 중·고교생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 무료 예방접종 대상인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에 비해 중·고교생의 예방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주차 기준 검출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98건)는 A형 21건, B형 77건이었다. 3월 중순부터 B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항체 형성에 2~4주 걸리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지금은 예방접종 보다는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 위생수칙을 더 철저히 지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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