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입맛 잡은 ‘글로벌 간식’… 60여개국 누적 매출 5조





군필자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에서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이 연기한 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남북관계의 해빙모드를 연상시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얽힌 추억을 한두가지쯤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삶의 달콤하고 따뜻한 순간을 함께해 준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된 이후 마흔 다섯 살을 맞기까지 ‘추억’이나 ‘정’(情)의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다녔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 달 누적 매출 5조원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한국을 포함해 60여개국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 매출은 장기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브랜드 제과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둔 사례는 지금까지 오리온 초코파이가 거의 유일하다.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현지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고집하지 않고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오우(好麗友)파이’로 현지 제품명을 정했다. 여기에 한국 ‘초코파이’에 적힌 ‘정’(情) 대신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인 인(仁)을 포장에 넣어 감성 마케팅을 펼쳤다.

사드 논란으로 중국 진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초코파이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최근 5년 연속 중국 고객 추천지수 파이부문 1위,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 파이부문 3년 연속 1위 등 현지 소비자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06년 베트남과 러시아에도 생산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016년부로 매년 5억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러시아는 ‘초코파이 보따리 장수’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초코파이의 인기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매출 920억원을 달성하며 1~2년 새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코파이의 성공 비결은 뭘까. 현지화 전략이나 감성 마케팅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모방할 수 없는 ‘맛’으로 진검승부를 봤다는 게 오리온 안팎의 평가다. 수분이 많은 마시멜로, 수분 함량이 낮은 비스킷과 초콜릿으로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분이 조금만 늘어도 맛이 변하고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수분이 너무 적으면 부드럽고 촉촉한 풍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초코파이만의 맛을 구현할 수 있는 ‘황금비율’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1995년 지독한 장마 탓에 중국 남부 지역에서 판매된 초코파이에 곰팡이가 발생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오리온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제품 10만개를 수거해 불태웠다. 제품 변질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장재질을 비닐에서 필름 타입으로 바꾸고, 수분 함량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후 오리온은 신제품 출시도 미루고 1년 동안 최적의 수분 함량을 찾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수술용 메스를 이용해 초코파이를 분해하는 등 섬세한 연구 끝에 ‘최적 수분 함량 13%’를 찾아냈다. 그 결과 방부제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혹한의 러시아부터 뜨거운 중동에 이르기까지 6개월 넘게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11일 “1974년 첫 출시 때와 지금의 맛은 사실 다르다. 끊임없이 현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맛의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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