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발빼는 현대·기아차, 인도·동남아 투자 늘린다



현대·기아차가 지속적인 중국 시장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현지 생산 및 투자를 줄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반등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국 공장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간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해 왔음에도 생산인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공급 과잉’이라는 내부 고민이 있었다. 현대차의 경우 2016년까지는 중국 판매량이 100만대를 웃돌았지만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78만5000대 수준으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중국 시장 3위를 달리던 현대차는 현재 10위권 턱걸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업용 차량을 생산하는 쓰촨현대를 제외한 중국 공장 5곳의 가동률은 절반도 안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 1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기아차도 옌청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가 옌청에 가동 중인 공장 세 곳의 생산능력은 연간 89만대지만 지난해 기아차의 중국 판매실적은 37만대, 공장 가동률은 40%대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사드 여파와 함께 현지 완성차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경쟁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가격과 품질 면에서 애매한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동안 현지 브랜드들은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높이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시장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소형과 준중형 세단을 세분화해서 내놓는 등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3일 “해외 브랜드는 가격이 높지만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뛰어난 반면 현지 브랜드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 내에서 그런 인식이 점차 변화하면서 현지 브랜드 약진에 타격을 받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실적 회복을 위해 현대·기아차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바이두 등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기술을 적용한 신차를 올해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상품 라인업 효율화, 히트 차종 집중 육성과 함께 친환경차 시장을 노린다.

더불어 중국에 투자하던 부분을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 잠재력 높은 신흥시장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 진출 6년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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