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넉넉히 이기리라



다른 나라를 침략한 일 한번 없이 선량하게 살아온 조선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를 맞이해 힘이 없다는 이유로 침략을 당하고 마침내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게 됐습니다. 1919년 삼일절을 전후해 한국교회는 부당한 일본의 침략으로 탄압받는 현실을 보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 대통령 윌슨을 통해 “각 민족은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민족자결주의가 나왔습니다. 민족자결주의의 발표는 당시 강대국의 지배를 받던 전 세계 힘이 약한 민족들에게 커다란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민족자결주의의 정신은 전 세계로 널리 퍼져, 식민지 상태의 약소민족들이 독립을 얻기 위한 기본권과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사상적 배경이 됐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민족들이 독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는 조선 유학생들이 2·8 독립선언서를 선포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국내 민족지도자들은 3·1 만세운동을 준비했습니다.

3·1 만세운동 이후 기독교인들에게는 ‘독립단 통고문’이라는 전단지가 전달됐습니다. 전단지에서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지정된 말씀을 읽도록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하루 세 번 기도하고, 주일은 금식을 하며, 일본인들에게 어떠한 폭력도 쓰지 말고, 독립정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평화적으로 시위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기독교인은 지침대로 월요일엔 이사야 10장(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 화요일엔 예레미야 12장(유다가 멸망한 원인), 수요일엔 신명기 28장(다른 민족의 침략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이 받을 고통에 대한 예언), 목요일엔 야고보서 5장(고난 당하는 기독교인들에게 기도와 인내를 권면), 금요일엔 이사야 59장(죄지은 백성이 회개할 때 하나님께서 구원해 주신다는 예언), 토요일엔 로마서 8장(앞으로 나타날 영광을 소망하며 인내하는 고난)을 읽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은 공의와 평화의 하나님이시며, 불의한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 자들에 대해서 오래 참지 않으시고 반드시 심판하시는 분이시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신앙의 선배들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저항하도록 배우지 않았습니다. 고통의 현장에서 악에 맞서 견디지만, 그 구원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을 믿고 먼저 기도하도록 배웠습니다. 그래서 성경 말씀을 읽으며 잔인하게 억누르던 일본제국이 반드시 심판받을 것을 믿고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사야와 엘리야 선지자의 예언대로, 하나님께서 남왕국 유다를 괴롭혔던 앗수르를 심판하시고 바벨론에서 해방시켜 주셨듯 조선을 일본으로부터 구해 주실 것을 확신하고 기대하며 기도했던 것입니다.

올해로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비록 그 외침이 일제의 총소리에 묻혀버리는 듯했지만 조선의 교회는 일본 권력에 맞서 넉넉히 이길 것을 믿으며(롬 8:37) 미래의 영광을 소망하며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한국교회가 신앙의 선배들을 본받아 민족의 십자가를 지고 함께 걸어가며 세상의 소망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승민 목사(부천 원미동교회)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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