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만두의 반전… 현대사와 함께 변신해 온 30여년

사진=게티이미지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먹는 냉동만두는 얼마나 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2.3㎏씩 먹었다. 냉동만두 한 봉지가 450g정도인데 1년 동안 1인당 5봉지가 넘는 냉동만두를 먹은 셈이다. 2012년(1.16㎏)보다 배 이상 늘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연간 약 2.7㎏, 여성은 1.9㎏씩 소비했다. 특히 10~20대 남성은 9봉지 가량의 냉동만두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20대 남성 4.1㎏·10대 남성 3.9㎏).

냉동만두는 어떻게 이토록 사랑받게 됐을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만두는 집에서 손으로 빚어먹는 음식이었다. 만들어진 만두를 간단하게 조리만 해서 먹게 된 건 1987년 해태 ‘고향만두’가 냉동만두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냉동만두가 큰 사랑을 받았던 건 아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냉동만두 시장은 300억원 규모로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4500억원에 이르게 됐다. 20여년 만에 시장 규모가 15배 성장했다.

냉동만두 시장의 변화는 우리 현대사의 변곡점과 함께 해왔다. 현대사의 중요한 시점마다 의미있는 변화를 맞았던 냉동만두의 변천사를 짚었다.

1987년
냉동만두 대중화 시작 ‘해태 고향만두’


냉동만두의 대중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건 냉장고 보급이었다. 87년 우리나라 가구당 냉장고 보급률은 90%를 넘어섰다. 냉동만두 양산의 기반이 만들어진 그 해, 해태가 ‘고향만두’를 처음 출시했다. 400g짜리 한봉지가 1200원이었는데 첫해 매출이 무려 200억원에 이르렀다. 그 무렵 CJ제일제당, 롯데 등 대기업도 냉동만두 시판에 합류하면서 냉동만두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1997년
식용유 소비 급증 ‘백설 군만두’


1990년대 초반 정체기를 맞았던 냉동만두 시장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가성비 높은 가공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다. 냉동만두의 이례적인 판매호조가 이어지자 CJ제일제당은 ‘백설 군만두’를 내놓았다. 교자만두 위주의 냉동만두 시장이 군만두로 확장된 시기였다.

백설 군만두는 냉동만두 최초로 만두소에 당면을 넣었다. 식감을 살려주는 당면을 넣고, 구웠을 때 식욕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납작한 모양의 군만두를 개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월 평균 매출 10억원에 이르는 히트상품이 됐다. 군만두의 인기는 식용유 소비 급증으로도 이어졌다.

2002년
웰빙 열풍 ‘풀무원 물만두’


2000년대 초반, 군만두 위주의 냉동만두 시장에 변화가 찾아왔다. 웰빙 열풍이 계속되면서 담백하게 먹을 수 있는 물만두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취영루, 금흥 등에서 손으로 빚어 판매됐던 물만두는 양산 설비 개발로 2002년부터 대중화됐다. 그 해 4월 처음 등장한 풀무원 물만두는 월 매출 20억원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냉동만두는 2002년 ‘국민 다소비 식품’ 40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불황 빅사이즈 유행 ‘동원 개성왕만두’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소비트렌드는 ‘빅사이즈’였다. 불황이 짙어지면서 푸짐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다. 동원F&B가 2008년 10월 출시한 ‘개성왕만두’는 개당 중량 70g 이상으로 냉동만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간식에 머물렀던 냉동만두가 식사대용 식품으로 거듭났다. 교자만두 위주의 냉동만두 시장이 왕만두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게 됐다. 바야흐로 왕만두 시대가 열렸다.

2014년
프리미엄 만두의 시작 ‘비비고 왕교자’


1인당 만두 소비 2.3㎏시대를 연 건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의 역할이 지대했다. 2013년 12월 출시된 비비고 왕교자는 이듬해 매출 300억원, 2015년 700억원, 2016년 1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비비고 왕교자는 냉동만두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고기와 야채를 갈지 않고 굵게 썰어 원물을 넣어 육즙을 살리면서 냉동만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연구에 2년을 투자했다. 풍부한 식감 구현, 진공반죽으로 쫄깃함을 살린 만두피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1일 “비비고 왕교자의 등장으로 냉동만두의 품질이 급격히 업그레이드됐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키우는 데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비비고 왕교자는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냉동만두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가 됐다.

2017년
수제만두의 성장 ‘비비고 한섬만두’


2017년 이후 HMR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냉동만두도 한 단계 도약의 시점을 맞게 됐다. 손으로 빚은 만두를 구현해내는 냉동만두가 등장한 것이다. 만두 전문점 수준의 맛, 큼직한 크기에 푸짐한 소가 꽉 찬 CJ제일제당 ‘비비고 한섬만두’는 비비고 왕교자의 업그레이드판으로도 볼 수 있다. 크기를 키우고 고기맛을 심화시켰다. 그래서 수제만두 시장의 확산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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