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채기’에… 국내 기업들 ‘실적 독감’ 걸리나



기업 ‘실적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경제 중심축을 이루는 주요 기업의 실적이 잇따라 시장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국내 기업의 실적(추정치) 하락 속도는 미국은 물론 신흥국 기업들보다 가파르다. ‘반도체 쏠림’이 심한 한국의 특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의 실적 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1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말 전망치(51조6000억원)보다 16.3%나 낮아진 금액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실적 추정치가 겨울철 수은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간 한국 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경기의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상장사 순이익 33조994억원의 39.7%(13조1507억원)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재채기’를 하면 국내 기업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신증권은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도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8만4000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정유, 기계, 운송, 제약·바이오 업종의 4분기 실적 전망치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NH투자증권 김재은 연구원은 “해당 업종들은 실제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종도 ‘초호황’을 끝내고 ‘불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권사들은 석유화학 업종의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여기에다 기업 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만난 미국과 중국이 언제 협상을 타결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 글로벌 경기 둔화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0.8%, 1.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 연구원은 “현재도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 실적은 올해 하반기가 돼야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이나 신흥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의 실적 추정치 하락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초와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의 순이익(향후 12개월) 추정치는 이달 기준으로 11.7%나 추락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비슷한 수준이고, 신흥국은 1.2% 떨어졌다. 국내 주력 업종의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실적 전망이 더 빠르게 나빠지는 한국 시장에 투자할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지난주 코스피는 2070선을 회복했지만, 기업 실적의 하향 조정은 증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실적의 바닥 확인이 여전히 요원하다”며 “4분기 실적 시즌이 ‘지뢰밭’을 예고하고 있어서 증시도 일진일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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