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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지병 있는 어르신 폐렴 걸리면 암만큼 치명적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사망률 10년새 300% 가파른 상승
한국인 3대 死因… 세균이 主원인
만성질환자 폐렴 확률 최대 10배↑


폐렴이 고령사회 한국인의 생명 위협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1만9378명이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37.8명으로 전년(32.2명) 보다 17.3% 늘었다. 10년 전인 2007년(9.4명)에 비해 302%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사망 원인 순위도 2007년 10위에서 2016년 6계단이나 껑충 뛰어 4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폐렴 사망률의 상승은 빠른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한 것과 관련 있다. 폐렴은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실제 지난해 70세 미만까지는 사망 원인 5위 안에 폐렴이 없었지만 70대의 경우 10만명 당 사망자 수가 132.2명으로 4위, 80세 이상은 10만명 당 856.7명으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폐렴으로 숨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음은 지난 3일 발표된 ‘2017년 생명표’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폐렴 사망 확률은 8.9%로 예측돼 뇌혈관질환(8.3%)을 제치고 3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암(21.1%) 심장질환(12.0%)에 이어 한국인 ‘3대 사인(死因)’에 처음으로 진입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암과 뇌혈관질환의 사망 확률은 점차 감소 추세인 반면 폐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대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폐렴에 의한 고령층 사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통계청은 진단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일 교수는 17일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경우 의학기술의 발달로 점차 극복 가능하게 된 측면이 있는 반면 노인성 질환인 폐렴에 의한 사망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렴은 의료비 부담도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다빈도 입원 질병 순위에서 폐렴은 백내장,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폐렴 입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비용은 약 3488억원으로 전년 보다 17% 증가했다. 노인 다빈도 입원 질병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65세 이상 폐렴 입원 환자 수도 2013년 7만1624명에서 지난해 9만4209명으로 5년간 31.5% 증가했다.

노인 폐렴, 걸려도 잘 몰라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폐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곰팡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은 많지 않고 세균성 폐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 연령층에서 폐렴에 걸릴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등 치료를 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좋아진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은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윤 교수는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잘 걸리지도 않을 뿐 더러 며칠 앓으면 나아지지만 노인들에게 폐렴은 암 만큼이나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나이 들면 폐 기능과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폐포(폐 안에서 산소, 이산화탄소 교환이 일어나는 곳)는 나이들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이산화탄소와 산소같은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폐에 병원균이 머물 가능성이 커서 각종 감염에 취약해진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폐렴에 아주 취약하다. 그로 인해 기저질환(지병)이 악화될 위험도 높다. 2014년 세계 감염병 오픈 포럼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8세 이상 만성질환자(18~49세, 50~64세, 65세 이상 3개군으로 나눠 연구 진행)와 건강한 성인의 폐렴구균(세균성 폐렴 원인의 최대 70% 차지)에 의한 폐렴 발생 확률을 비교한 결과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폐렴 발병률은 일반 성인에 비해 7.7~9.8배, 심혈관질환자는 3.8~5.1배, 당뇨병 환자는 2.8~3.1배, 흡연자는 3.0~4.4배 높았다. 폐렴에 취약한 만성질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사 진단을 받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약 90%에 달한다.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갖고 있는 노인이 69.7%, 3개 이상은 46.2%에 달한다. 노인 한 사람당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치료에 내성이 늘고 있는 것도 폐렴 사망 및 입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폐렴의 근본적 치료는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허진원 교수는 “내성균이나 중복 감염에 의한 폐렴인 경우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급성 폐손상으로 진행돼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인공호흡기 같은 중환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균이 퍼지는 패혈증을 초래하고 간이나 콩팥 등 중요한 장기들의 손상을 불러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폐렴에 걸리면 처음엔 38도 이상 열이 나고 기침 가래 몸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콩팥 간 등에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기침과 열이 나는 증상만으로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구나 노인의 경우 폐렴에 걸렸을 때 건강한 사람과는 다른 증상을 보여 헷갈릴 수 있다. 허진원 교수는 “노인들은 특별한 폐렴 증상 없이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를 잘 못하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린다거나 기운 없이 시름시름 앓고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오인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 전략 변화 필요

폐렴 위험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예방접종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성인용 폐렴구균 예방 백신은 두 가지다. 수십가지 폐렴 원인균 중 23종을 예방하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13종을 막아주는 ‘13가 단백접합 백신’이다. 이 가운데 23가 백신은 2013년 5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국가무료접종(NIP)이 이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매년 신규 대상자로 추가되는 65세 이상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지난해 5월 기준 75%를 넘는다. 하지만 정부의 무료 예방접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폐렴 사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일각에선 23가 백신의 폐렴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이 백신의 경우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치명적 합병증인 뇌수막염이나 균혈증 등에 대한 예방 효과는 뛰어나지만 정작 폐렴 예방 효과는 일관적이지 않는 걸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반면 13가 백신은 예방 범위는 23가 보다 좁지만 효과가 확실히 입증됐다. 65세 이상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폐렴에 걸려 입원할 위험이 7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이 23가에 비해 비싼 게 흠이다.

대한감염학회는 두가지 백신을 모두 맞는 게 가장 좋다고 권고한다. 23가 백신은 예방 범위가 넓고 13가 백신은 예방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각각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등을 오래 앓은 환자, 몸이 허약한 65세 이상 노인은 둘 다 접종하는 것이 좋다.

윤호일 교수는 “만약 두 예방백신을 모두 맞을 계획이라면 효과가 더 좋은 13가 백신을 먼저 맞는 것을 권하지만 순서는 크게 상관없다”면서 “다만 1년 정도 간격을 두고 접종해야 항체 생기는 데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예방효과가 확실히 검증된 ‘13가 백신’을 국가무료접종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 13가 백신 단독 접종의 비용 효과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 만큼, 폐렴구균 예방접종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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