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막 올랐다, 현대차 계열사 사장단 50대로 물갈이



글로벌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주요 계열사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글로벌 인재 중용,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쇄신에 세대교체 흐름까지 반영된 인사로 ‘정의선 체제’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내 ‘2인자’로 불린 김용환 부회장을 현대제철 부회장에 임명했다. 전략기획담당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건설 부회장에 보임했다. 현대케피코 박정국 사장은 현대모비스 사장에,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개발담당 양웅철 부회장,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위촉했다.

현대·기아차는 주요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 및 사장단을 50대 젊은 인사로 물갈이해 내부 혁신과 함께 빠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건용 부사장,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법인의 사장으로 승진한 현대·기아차 기획조정2실장 여수동 부사장, 신임 현대오트론 문대흥 사장, 현대케피코의 방창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한 홍보실장 공영운 부사장 등이 50대다.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중용하는 전략도 택했다. 특히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발탁한 것은 글로벌 혁신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강화를 위한 파격 인사로 꼽힌다. 외국인 임원이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이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의선 그룹 수석부회장이 계속 강조해온 것처럼 ‘정보기술(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의 도약을 추진 중인 전략기술본부 위상을 강화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정진행 부회장이 현대건설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서 아태지역본부장, 유럽총괄법인장,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요직을 거치며 ‘핵심 브레인’으로 불려온 정 부회장은 2014년 GBC가 들어설 서울 삼성동 옛 한전부지 인수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GBC 사업은 설립 사전평가 마지막 단계인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4년째 표류 중이다. GBC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수도권 정비위 심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등을 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2%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19.47%의 지분을 보유 중인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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