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원료 자급률 확대로 세계 철강 경쟁력 강화”

호주 로이힐 광산에서 대형 리클레이머(Bucket Wheel Reclaimer·광석 채집수송기)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철광석을 운송열차에 적재하는 모습. 채굴한 철광석은 열차에 실려 수출용 선박이 정박한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운송된다. 포스코 제공




“제조업의 경쟁력은 원자재 구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철광석 공급원 확보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첫 단계에 해당하죠.”

서울에서 호주 서북부 필버라에 위치한 로이힐 광산까지는 이동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필버라 뉴먼 공항에 도착하자 마치 화성에 불시착한 듯 적갈색 황무지가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세계 철광석 생산량 1위인 호주에서도 단일 광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로이힐은 드넓은 대지에서 거대한 무인 드릴 9대를 가동해 철광석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었다.

로이힐은 27㎞ 길이, 7㎞ 너비에 철광석 매장량이 23억t에 달하는 대규모 광산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활용하는 북서부 항구도시 포트헤들랜드에서 남동쪽으로 344㎞ 거리에 있어 철도를 통한 수송이 쉽다.

채굴과 운송 공정은 복잡하지만 효율적이었다. 무인 드릴이 땅속 깊이 구멍을 뚫고 폭약을 터뜨려 철광석 지층을 부순다. 이를 대형 굴착기로 초대형 트럭에 실어 모으고, 파쇄기를 이용해 크기를 줄인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프로세싱 플랜트를 거쳐 산처럼 쌓인 철광석은 길이만 2㎞, 총 3만2000t을 싣고 달리는 운송열차에 적재돼 항구로 향한다.

이처럼 광활한 벌판에서 찾은 철광석 광맥을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배경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단계에서부터 투자한 포스코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의 지분 12.5%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광산기업에 의존하던 구매 루트를 다변화하고 원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포스코 외에는 호주 핸콕(70%)과 일본 마루베니상사(15%), 대만 차이나스틸(2.5%)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로이힐 광산 투자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총사용량의 26%에 달하는 1500만t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 책정으로 구매 단계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점도 호재다. 포스코의 로이힐 지분율은 12.5%지만 2018년 회계연도 기준 포스코는 총생산량의 28%를 단독 구매했다.

로이힐 광산은 2015년 프로젝트 첫 선적 이후 2년간의 양산 노력을 통해 올 4월 당초 목표량인 연간 55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1년간 사용하는 철광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이힐의 당기순익은 2017년 3억3100만 달러, 올해는 6월 기준 5억5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로이힐의 투자자이자 구매자로서 철광석 원료 도입뿐 아니라 지분 참여에 따른 이익을 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홀딩스 사장은 “로이힐 철광석은 고품위(철 함유량 61∼62%)로 분류돼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며 “고품위강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한·중·일 등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 루트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필버라=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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