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에 9000억대 주식 증여 최태원 회장 마음의 빚 던다



최태원(사진) SK 회장이 형제 등 친족 18명에게 9000억원대 주식을 증여한다. 이로써 20년 전 그룹 회장 취임 시 도움을 준 가족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덜게 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166만주)을 비롯해 사촌형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6808주),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83만주) 등에게 SK㈜ 주식 329만주를 증여키로 했다. 최 회장이 증여하는 주식의 가치는 9228억45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은 여러 차례 “가족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1998년 8월 26일 타계한 직후 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인 최윤원, 최신원, 최창원 등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최재원 등 5형제는 가족회의를 열고 최종현 회장의 모든 유산을 최태원 회장에게 상속하기로 결정했다. SK그룹의 대표를 최태원 회장으로 하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SK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SK㈜ 회장에 취임해 그룹을 이끌었고, 5형제 중 맏형인 고 최윤원 회장은 대주주 가족들의 구심점으로 단합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형제간에 상속 문제가 불거지고 각자 지분을 나눴다면 오늘날의 SK그룹은 존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가족 모임에서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이 하나가 돼 저를 성원하고 지지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SK그룹과 같은 성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증여로 최 회장의 SK㈜ 지분 비율은 23.12%에서 18.44%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친족들이 증여받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30.88%)은 유지된다. SK그룹은 “최 회장 중심의 현 그룹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SK그룹 계열 분리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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