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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붉은 피부 발진 가장 흔한 증상… 관절 통증 호소도

아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 교수(왼쪽)가 루푸스 진단을 받은 한 중년여성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이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얼굴에 붉은 발진이 생기더니 급기야 온 몸으로 번지고 관절도 욱신욱신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루프스를 진단받았다. 아주대병원 제공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51) 교수는 약칭 ‘루푸스’로 불리는 자가면역질환, ‘전신홍반루푸스’ 전문가다.

서 교수는 2012년 3월 아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에 루푸스클리닉을 처음 개설한 후 지금까지 6년째 매주 3회씩 루푸스 환자 300여명에게 국내 최고 수준의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 교수는 199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97∼99년 (신촌)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2년간 연구강사로 일하다 아주대병원으로 일터를 옮겼다. 2001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 류마티스내과에서 3년간 장기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다. 현재는 아주대 의대 류마티스내과학교실 주임교수 겸 아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임상과장과 임상시험센터장으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2009∼2010년 미국 템플대학교 의과대학 류마티스내과 교환교수를 지냈다.

서 교수는 12일 “내과 전공의 시절 면역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류마티스내과를 전문 분야로 삼게 됐다”며, “최근 20여년간 루푸스의 병인·기전(病因·機轉)과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와 조기진단을 위한 질병 활성화 표지자 발굴 연구,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 연구를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루푸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 교수팀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제공동 2∼4상 신약 임상시험연구만 해도 20건이 넘는다. 그동안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저명 학술지에 발표한 루푸스 관련 연구논문도 54편이나 된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루푸스 환자 교육에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루푸스 치료가 쉽지 않아 장기간 인내심을 갖고 잘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라 환자 자신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아주 루푸스 모임’을 열어 각종 루푸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유대감도 강화하고 있다.

루푸스에 관한 만화까지 제작해 환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서 교수에게 난치성 희귀질환인 루푸스를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조기에 진단하면 증상조절 쉬워

루푸스는 한마디로 몸 전체에 만성 염증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신체 여러 곳에 침범, 전신적으로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루푸스는 본래 늑대를 의미하는 라틴어(lupus)에 기반을 둔 용어다. 늑대에 물리거나 긁힌 자국과 비슷한 피부 발진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이유로 ‘루푸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자기 몸의 세포 및 조직을 이물질(외부 항원)로 오인해 자기 몸을 되레 공격하는 항체(자가 항체)를 만들고 자신의 일부, 즉 자가 항원과 붙어서 면역복합체를 형성한다. 루푸스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과 홍반 역시 바로 이 면역복합체가 염증반응을 일으켜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루푸스는 흔히 ‘여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10대1 비율로 많이 발병해서다. 의사들은 여성의 경우 사춘기부터 폐경기 사이에 흔하고, 생리 시작 또는 임신 중 루푸스 증상이 일부 심해지는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와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환자 수는 약 2만5000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50명꼴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6.6%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유전 요인에 환경 요인 겹쳐 발병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전적 요인이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감염, 자외선 노출, 과도한 스트레스, 항생제를 비롯한 일부 약제 및 여러 호르몬제 남·오용 등 환경요인이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란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 교수는 “루푸스를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루푸스가 유전이 되느냐고 묻는데, 사실 루푸스는 유전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다분히 유전적 소인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남매나 자매 중에 루푸스 환자가 있을 때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발병위험이 약 2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성 쌍생아의 경우 한 명이 루푸스에 걸리게 되면 다른 한 명에게서도 나타날 확률아 2∼5% 정도에 그치는 반면 일란성 쌍생아일 경우엔 24∼57%로 다른 한 명도 앓을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로 전신 홍반과 관절통 호소

가장 흔한 루푸스 증상은 붉은 피부 발진(홍반)이다. 루푸스 환자들이 피부과를 먼저 찾고 류마티스내과를 그 다음에야 찾게 되는 이유다. 대개 피부과에서 자가 항체 검사를 받고 양성으로 판정되면 류마티스내과로 진료의뢰가 이뤄지는 수순을 밟는다. 관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도 원인 모를 관절통으로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 등을 경유해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경향이 있다.

서 교수는 “대부분의 루푸스 증상들은 다른 병의 증상과 비슷하고 어떤 때는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병태가 완연해지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제대로 진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통용되는 진단 기준은 미국류마티스학회(ACR)가 개발한 분류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른 질병과의 뚜렷한 차이가 있는 11가지 이상 증상이나 검사 중 적어도 4가지 이상에 해당돼야 한다. 검사 중에는 항핵항체(ANA 또는 FANA) 검사, 자가 항체 검사, 혈중 보체 농도 검사, 혈구수치, 소변검사 등이 포함된다.

치료 약제 임의 조절은 절대 금물

서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루푸스를 조기에 완치할 방법이 없느냐고 묻지만 아쉽게도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게 내 대답”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이다. 환자 상태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염증이 잘 조절되고 자각 증상도 없어져 완치된 것과 같은 상태(관해기)를 유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약제(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약제 사용량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증상이 악화돼 제 발로 병원을 다시 찾게 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생활 속 위험인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먼저 햇볕을 쬐면 갑자기 노출 부위에 발진이 생길 뿐만 아니라 다른 증세가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 또는 세균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감염은 그 자체만으로 면역기능이 약해진 루푸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 교수는 “가임기 루푸스 여성 환자가 대물림 우려 때문에 임신을 꺼리기도 하지만 대개 주요 장기(신장, 중추신경계) 손상 없이 6개월 이상 잘 조절된 경우 큰 문제가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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