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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환자 “생명줄 잡겠다” vs 의사 “효과 규명안돼”

종양 전문가들이 4기 위암환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 A씨(38)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위암 말기 환자다.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 후 매년 위내시경을 받아왔다. 딱 1번, 둘째를 임신하며 받지 못했고 출산 후 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복막으로 전이돼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길어야 1년’이라고 했다. 이후 임상시험을 포함해 쓸 수 있는 약은 다 쓰며 치료에 전념했고,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약에 내성이 생겨 복막과 뼈로 전이됐고, 복수가 차는 등 상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최근에는 의사로부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러나 7살과 5살의 두 아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날 가방이라도 싸주고 싶어 치료법을 찾고 있다.

A씨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길면 6개월이라는 시간을 남겨둔 그의 앞에 만약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말기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가 그런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며 암 주변의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속된 말로 ‘드라마틱’하다. 실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 1년 생존율이 42%에 달했다. 완치라고 표현하는 5년 생존율도 16%로 기존 항암치료의 완치율 6%와 비교해 혁신적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간세포암종 4기 환자는 면역항암제 사용 후 몇 달 만에 암이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면역항암제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부르며 연 7000만원을 호가하는 치료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기대를 거는 ‘구명줄’로 여긴다. 문제는 환자들의 간절함과 달리 의사들은 면역항암제를 잘 쓰지 못 한다는 점이다. 효과가 거의 없거나 생존율이 오히려 줄기도 하고,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는 요건이나 허가사항이 제한적이다 보니 쓰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서다. 우선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면역항암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임상시험결과 평균 생존기간이 12.3개월, 효과가 없을 경우 3.2개월에 그쳤다. 생존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는 환자도 4명 중 1명이었다. 일반항암제 사용 시 평균 생존율 9.4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해볼 때 비용효과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더구나 효과를 보는 경우도 가장 잘 듣는다는 악성 흑색종이 40%, 기타 암은 10% 내외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라선영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암학회와 위암학회가 공동개최한 ‘톡투위암’ 콘서트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암종은 악성 흑색종이다. 표적과 관계없이 잘 듣는다. 폐암, 방광암, 신장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 된다. 하지만 아직 효과가 있다, 없다 구분할 바이오마커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면역항암제가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허가사항 이외의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일부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며 일본 등으로 원정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이에 대해 라 교수는 “지푸라기를 잡는다고 살지 못한다. 물에 빠져 죽는다. 살 수 있는 막대기를 잡아야 한다. 그게 전문의들, 의사들”이라며, “전문의가 최선의 진료를 할 것이다. 의사의 판단에 맡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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