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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파일] 3기 폐암의 치료와 사회적 합의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두 달 동안 계속되는 기침과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남성 정모씨. 검사결과 제3기 비소세포폐암이란 진단에 큰 충격을 받았다.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자신에게 폐암이 생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현재 한국인이 암에 걸릴 확률은 35.3%다. 국민 3명 중 1명꼴로 암 진단을 받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5년 생존율이 이미 90%에 이른 암도 있다. 하지만 폐암은 여전히 5년 생존율이 낮고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물론 폐암도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발암 초기에는 기침, 가래 등 감기로 착각할 정도로 일상적인 증상이 대부분이라 조기발견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병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완치가 어려운 3∼4기까지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수술을 할 수도 최신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를 사용할 수도 없는 3기 이상 진행단계 폐암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완치가 가능하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방사선치료와 항암화학요법 병행치료를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힘들게 받는 게 치료의 전부다.

의료진도 3기 폐암 환자를 지켜보는 것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운 항암화학방사선요법을 견딘 환자에게, 완치 희망을 바라는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만을 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3기 폐암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동시 항암화학 방사선요법을 통해 10∼20% 정도는 건질 수 있다는 것만 알게 됐을 뿐이다.

최근 들어 3기 폐암 환자 치료 전략으로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소위 ‘면역 관문 억제제’다. 하루라도 빨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의료진으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아쉽게도 이들 억제제가 표준 치료법으로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데다가 비용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무턱대고 시도해 보자고 혹은 좀 더 검증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상효과와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효과가 기대되는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게 되면 그것을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새 치료법의 적용범위와 환자 측 부담, 사회적 지원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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