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EV' 사흘간 타보니… 세 번 깜짝 놀랐다

지난 14일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서울 영등포구 한 주민센터. 하나뿐인 전기차 충전용 주차칸엔 주민센터 차량이 주차돼 있고 바깥쪽은 가솔린 차량이 막고 있어 전기차 사용자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아차 ‘니로EV’의 주행 모습. 폐쇄형 전면 라디에이터그릴엔 기하학적 무늬를 사용해 깔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담아냈다. 현대·기아차 제공


무음에 가까운 소음·부드러운 주행,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며칠간 운행
주민센터·공영주차장 등에 충전소…충전구역에 내연차량 주차 ‘눈살’
충전 인프라 구축·인식 부족 아쉬워


최근 며칠 간 타고 다녀 본 전기차(EV)는 신세계였다. 순수 전기차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전기차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건 “조용하다” “아무래도 힘이 달린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전부였다.

기아자동차의 ‘니로EV’를 사흘간 운전해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 시동을 켰는지 껐는지 소리로는 식별할 수 없었다. 퍽 황당한 얘기지만 시동이 켜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나머지 시동을 끄지 않고 차에서 내릴 뻔한 적도 있었다.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했을 때 놀라움은 이어졌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전기차는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낯설었다. 그간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해 온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가 얼마나 조용한지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주변 차들이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기판을 확인한 눈이 당황했다. 제한속도를 막 넘어서려는 순간이었다. 매일 밥먹듯이 지나는 양화대교 위에서 내가 그런 속도를 내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던 것 같다.

니로EV를 타고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골고루 운행해봤다. 내 잘못과 상관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선, 게다가 기계를 잘 믿지 못하는 나는 특히나 도로 위에서 조심성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평소에 과속을 하는 일은 잘 없다. 하지만 전기차는 잠시만 방심해도 나를 총알처럼 달리게 해줬다. 특히 일반도로보다 빠른 속도를 내기 마련인 고속도로에선 더 그랬다. 이쯤 되면 자체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기능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기차를 운전해 본 다른 가족들도 나와 의견이 비슷했다. 주행감과 정숙성 두 가지 요소에서 전기차는 지금까지 타 본 어떤 차보다도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다만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급감하는 느낌에 대해선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도 편리했고, 최고출력 150㎾(204마력), 최대토크 340.3㎏f·m의 동력성능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뒤지지 않았다.

그래도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다. 바로 배터리에 관한 부분이다. 한 번 충전하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자주 충전해야 하는지, 주변에 충전소는 이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 있는지 등이다.

우선 배터리는 한 번 완충했을 때 며칠 간 주행하는 데 모자라지 않았다. 시승차량을 처음 인계받았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500㎞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기도 수원까지 왕복하고, 영등포구와 마포구 일대를 돌아다니는 동안 주행 가능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충전을 해야 하는 순간은 그리 빨리 오지 않았다. 아직도 남은 주행거리가 넉넉했지만 충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근 전기차 충전소를 검색해봤다. 생각보다 여러 곳에 있었다. 전기차 충전소는 주로 주민센터와 공영주차장에 설치돼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주민센터로 향했다.

하지만 반가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을 때 낭패를 보고 말았다. 충전기는 한 대. 충전할 수 있는 공간도 주차장 한 칸 또는 두 칸뿐이었다. 그보다 더 난감한 건 그 자리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선 자체 업무용 전기차가 충전 중이 아닌데도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한 칸은 가솔린차가 주차돼 있었다. 분명 충전기 옆에는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해 주차금지 등 협조를 부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난감한 채 서있는데 같은 상황에 처한 전기차 운전자가 다가와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구의 다른 주민센터는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한 칸 뿐인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민센터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전기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전기차를 운전하고 다니면서 하늘색 번호판의 순수전기차를 길에서 마주친 횟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도 있고, 아직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탓도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를 운전해보니 운전자들에게도 전기차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는 듯해 아쉬웠다. 급속 충전소를 비롯해 인프라가 더 확충되고 전기차 주차 구역을 비워둘 수 있는 의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전기차는 환경 면에서도, 주행성능 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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