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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78세 말기신부전증 환자 신장이식도 거뜬히 성공

중앙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김향경 교수(가운데)가 신장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신장이식수술 적용대상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더불어 신장이식수술을 받는 고령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병원 김향경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김향경(41·사진) 교수는 신장이식 및 혈관질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여의사다. 2001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2010년 울산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분과에서 임상강사로 지내다 2010년 중앙대병원으로 일터를 옮겨 이식혈관외과를 이끌고 있다. 현재 부교수로 장기이식센터와 하지정맥류클리닉에서 동맥폐색성질환(상·하지동맥, 경동맥) 동맥류 신장이식 심부정맥혈전증 혈액투석동정맥루 등의 치료를 도맡고 있다.

김 교수는 2013년 78세 환자 김모씨를 대상으로 한 신장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던 까닭이다.

신장이식 환자는 적어도 2시간, 많게는 7∼8시간을 전신마취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술을 견뎌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자가 장기이식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이식수술 후 여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신장이식을 굳이 받지 않아도 투석으로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수술을 꺼리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의 진입이 일반의 이 같은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식생활 및 국민건강 수준의 향상으로 누구든지 100년 살기가 가능해져서다. 70∼80세에 수술을 받는다 해도 20∼30년을 더 살 수 있게 되면서 고령에도 이식수술을 꿈꾸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에 흔치 않은 여성 외과의사로서 섬세한 술술 솜씨와 풍부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 신장이식에서 높은 성공률을 거두고 있다. 현재 이식대기자 수는 100여 명으로 그렇게 많지는 않은 상황. 대기자 수가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소위 빅 5병원에 비해 뇌사자 기증 신장을 상대적으로 빨리 받을 수 있는 여건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팀은 2016년 신장이식을 통한 생명 나눔 운동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미래지향적인 의학발전과 뇌사자 장기기증 및 인공장기 이식 활성화를 위해 2015년 ‘미래 융합이식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김 교수에게 고령자 신장이식 시 주의할 점을 물어봤다.

국내 두 번째 고령자 신장이식 성공시켜

만성신부전증 환자 김병민(가명·78)씨는 2013년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김 교수가 직접 맡았다.

김씨는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 없이 2주 만에 퇴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다. 그동안 그의 발을 병원에 묶어놓던 투석(透析:핏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치료)도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 그야말로 신장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셈이다.

김씨는 신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일주일에 3번씩 중앙대병원 인공신장실을 방문, 투석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말기신부전증 3년차 환자였다.

고령 환자는 수술 후 폐렴 합병증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씨의 경우 그런 합병증이 한 번도 안 생겼다. 이는 그 만큼 집도의 김 교수의 수술솜씨가 깔끔했고 수술 후 합병증 관리까지 철저하게 잘 이뤄졌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8일 “현재 장기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 검사를 받는 것 외엔 (김씨가) 건강한 몸으로 일반인과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신장이식 역사상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신장이식 성공사례로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돼 있다.

신장병 환자의 최후 보루 신장이식

뇌사자의 장기기증을 통해 이뤄지는 신장이식은 수혜자 나이가 65세를 넘을 경우 사실상 포기 상태에 빠지기 쉬웠다. 뇌사자 장기기증이 언제 성사될지 몰라 대기시간이 장기화되는데다 이식 수술 시 전신마취를 견딜 정도의 몸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몸이 허약한 상황에선 이식을 한다고 해도 수술 후 폐렴 등 여러 합병증을 극복하기가 쉽잖다.

골·관절과 달리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정상인의 15% 이하로 기능이 떨어지면 투석요법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腎)대체 수단에 기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렇듯 멍에 같은 신장병을 오래 앓다 보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 전체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투석은 일주일에 3번 정도 하게 되는데, 한 번에 4시간이 소요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신장이식을 받으면 이 같은 불편이 해소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정상인과 같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돼서다. 투석 중인 말기신부전증 환자들이 거의 한결같이 신장이식수술을 바라는 배경이다.

면역억제제 사용법 숙지 노력 중요

최근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맞춰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신장병 때문에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고령자 신장병 환자들에게 신장이식은 삶의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성능 좋은 면역억제제의 개발과 의료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신장이식수술을 통해 사회활동을 재개하는 고령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신장이식과 같은 적극적인 신부전증 치료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제2의 노후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석을 할 때와 달리 식이제한과 투석 치료로 인한 시간 제약이 없어지면서 모든 신체활동이 눈에 띄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식 환자들은 대개 수술 후 2주 정도면 면역억제제 사용법을 교육받고 퇴원하게 된다. 고령의 신장이식 환자들은 스스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장차 사용할 면역억제제의 종류와 복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식이 조절 등 평상 시 몸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도 배워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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