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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고령화 치닫는 B형간염



얼마 전 50대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만성 B형간염으로 고혈압이 있어 평소 혈압관리에 신경 쓰고 있었다. 최근 자주 어지럽고 피곤한 느낌이 들고, 몸이 잘 부어 검사해보니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는 만성 B형간염과 함께 만성신장질환은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만성 B형간염 환자들 중 고혈압이나 당뇨 등 다른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를 최근에는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고령화가 한 원인으로 생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0세 이상 만성 B형간염 환자 비율이 42%에서 2017년 51%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여 년 전 국가예방접종사업 도입으로 B형간염 보유자가 전체 국민의 3% 내외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B형간염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한 중장층 고령화로 만성질환 동반 빈도가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다.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이 고령화되면 동반질환 위험이 늘어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의하면 고혈압·당뇨·만성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이 있는 50대 이상 B형간염 환자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고혈압 등 동반질환이 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경우 신장기능 손상이 더욱 자주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신장 손상은 동반질환과 사용 약제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B형간염 치료제 선택 시 장기적인 측면에서 높은 치료 효과는 물론 타 동반질환에 의한 신장 기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제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국간학회와 유럽간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령환자, 신장이나 골 관련 기저질환을 가진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초기 치료부터 장기 복용에 따른 신독성을 고려해 신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약제 사용이 권고된다.

만성 B형간염은 다른 바이러스 간염과 달리 여러 항바이러스 약제가 개발됐지만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장기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섬유화를 방지해 심각한 간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주된 치료 목표였다. 그러나 고령화되는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 동반질환 유무, 다른 복용 약제와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높은 치료 효과를 내면서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건강 백세시대 현대인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질환을 정확히 알고 동반된 질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성 B형간염 환자도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제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황재석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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