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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고령 임신부의 태아 체크 이젠 ‘니프트’ 하세요

사진=게티이미지








다운증후군 등 태아의 염색체 이상 엄마가 고령일수록 발생 빈도 높아
기존에는 바늘로 양수 채취해 검사… 정확도 높지만 유산·감염 등 위험
엄마 혈액서 태아 DNA 추출하는 ‘니프트 검사’ 정확하고 안전해 인기
건보 적용 안돼 60만∼120만원… 35세 이상 임신 증가 지원 필요해


첫 아이를 임신해 10주차에 접어든 장모(38)씨는 최근 주치의로부터 고령 임신이니 일반 산전 기형아 선별 검사 외에 태아 유전자 검사인 ‘니프트(NIPT)’를 더 고려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늦게 결혼한 탓에 아이 건강이 걱정됐지만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임신·출산 보조금(50만원)으로는 부족했다. 장씨는 “다음 검진까지는 결정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임신부 최모(28)씨는 산전 기형아 검사(쿼드 검사)에서 태아의 다운증후군 확률이 ‘1대 150’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150명 가운데 1명꼴로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여서 불안했다. 병원에선 확진을 위해 양수 검사를 권했고 남편 역시 그러자고 설득했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양수 채취를 위해선 배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하는데, 아기한테 해를 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대신 임신부의 혈액을 뽑아 기형아 여부를 가려내는 니프트 검사를 받았다. 최씨는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얼마 전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고령 임신부들 사이 관심 고조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각종 산전 기형아 검사에 대한 임신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들이 특히 그렇다. 최근 기존 산전 검사법보다 정확도는 더 높고 몸속에 검사 장비를 넣지 않는 비침습(非侵襲)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니프트 검사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임신부에게 위험 부담이 있는 기존 양수 검사나 융모막 검사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신생아의 5∼6%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난다. 임신부 나이가 많아지면 태아의 염색체 이상 발생 빈도는 그만큼 높아진다. 단국대 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유정 교수는 20일 “난자의 노화로 세포분열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다운증후군 같은 특정 염색체가 3개인 태아 출산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정상 태아는 염색체 2개가 쌍을 이루지만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이나 에드워드증후군(18번) 파타우증후군(13번) 등의 경우 염색체가 1개씩 더 존재해 선천성 기형을 일으킨다.

보건 당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600명 이상의 다운증후군 아기가 태어난다. 전 연령 임신부 약 800명 가운데 1명의 빈도를 보인다. 36세 이상에서는 75명 가운데 1명, 46세 이상에서는 3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 빈도가 더 높다. 에드워드증후군 역시 신생아 5000∼7000명 가운데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데, 치명적 증상이 많아 90% 이상은 생후 6개월 안에 사망하고 5% 정도가 1세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산전 기형아 검사는 태아 이상과 임신부 건강을 체크하고 미리 대책을 세우기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특히 고령 임신부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 및 기형 발생 증가로 유산과 사산 위험이 높은 만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기존 검사법보다 장점 많아

산전 기형아 검사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국내에 ‘트리플 검사’(3개의 표지자 탐색)가 도입된 이래 2004년 이후부터는 표지자를 1개 더 늘린 ‘쿼드 검사’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또 초음파 장비의 발전으로 태아의 목 투명대 검사(목덜미 두께 측정)를 통해 염색체 이상은 물론 심장 기형의 발견도 가능해졌다. 최근엔 다운증후군 통합선별검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임신 초기인 10∼14주에 시행되는 목 투명대 검사의 경우 매우 작은 수치를 측정해야 하다보니 측정 각도 등 방법이 바르지 못하면 위양성률 및 위음성률이 높은 단점이 있다. 위양성률은 정상인데 이상이 있다고 판정하는 비율로 ‘가짜 양성률’을 말한다. 반대로 위음성률은 이상이 있는데 정상으로 나오는 비율이다. 목 투명대 검사의 다운증후군 검출률은 73∼82%, 위양성률은 5∼8%다. 목 투명대 검사를 받은 100명 가운데 5∼8명은 정상임에도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임신 14∼20주에 하는 트리플 및 쿼드 검사는 임신부의 혈액(혈청)을 뽑아 태아의 기형 위험도를 산출한다. 엄마의 혈액 속에 떠도는 태아의 단백질이나 호르몬 농도를 측정해 염색체 이상이나 신경관 결손 위험을 알아낸다. 트리플 검사의 다운증후군 검출률은 60%, 위양성률은 약 5%다. 쿼드 검사는 표지자를 1개 더 보는 만큼 정확도가 조금 높다. 다운증후군 검출률은 75∼85%, 위양성률은 약 2∼4%다. 다운증후군 통합선별검사의 검출률은 95%, 위양성률은 5% 정도다.

이런 검사에서 염색체 이상 위험이 높게 나올 경우 융모막 검사나 양수 검사를 통해 기형아 여부를 확진한다. 양수 검사는 임신부의 복부에 가는 바늘을 찔러 넣어 양수를 채취한다. 융모막 검사는 임신부의 배에 주사침을 꽂거나 자궁으로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어 태반 조직을 뽑아내 염색체를 분석한다. 두 검사 모두 다운증후군 검출률은 99.9%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둘 다 임신부 몸속에 채취 장비를 삽입하는 침습적 방법을 써야 해 감염이나 양수 터짐 같은 합병증, 유산의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목 투명대 검사나 트리플·쿼드 검사의 경우 위양성률이 높은 편이어서 부정확한 결과로 인한 임신부의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고 위험이 따르는 융모막 검사나 양수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존 검사법의 한계를 보완해 근래에 등장한 것이 니프트 검사다. 이는 임신부의 혈액 속에 떠다니는 태아의 유전자(DNA)를 분석해 염색체 수 이상과 기형 질환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임신부 혈액을 이용하는 건 트리플 및 쿼드 검사와 같지만 분석하는 물질과 방식이 다르다.

한유정 교수는 “임신 10주 이후에는 임신부 피 속에 태반에서 떨어져 나온 태아의 DNA 조각이 평균 10% 넘기 때문에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신 초기부터 염색체 이상 유무를 알 수 있고 침습적 검사가 갖는 위험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검사법보다 정확도는 더 높다. 검사 업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다운증후군 검출률이 99% 이상이고 위양성률은 0.5% 미만이다. 에드워드증후군은 97∼99%, 파타우증후군은 최대 92%까지 찾아낼 수 있다.

국제산전진단학회(ISPD)와 미국유전자학회(ACMG) 등은 모든 연령의 임신부 대상으로 기존 검사를 니프트 검사로 대체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처음 도입 후 고령 임신부들의 양수 검사 선택 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543명이었던 양수 검사 시행 임신부가 지난해 29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제일병원이 니프트 검사를 도입한 2016년 4월부터 1년간 4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35세 이상 임신부가 기형아 진단을 위해 양수 검사를 선택한 비율을 확인했다. 그 결과 니프트 검사 도입 전인 2007년∼2016년 3월 38%였던 양수 검사 선택률은 니프트 도입 후 첫 4개월에 16%로 뚝 떨어졌고 이후 각 12.3%, 7.4%로 급감했다. 니프트 검사의 선천성 기형 발견 정확도가 높은 데다 양수 검사로 인한 잠재적 유산 위험이 임신부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5세 이상 임신부들은 곧바로 양수 검사를 시행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건강보험 안돼 비용 부담

니프트 검사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 안돼 임신부들의 경제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기존 목 투명대 검사나 트리플·쿼드 검사는 보험이 돼 2만∼5만원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임신·출산 지원금으로 충당되거나 일부 보건소에선 무료 검사도 받을 수 있다. 양수 검사나 융모막 검사는 건보 대상이 아니어서 60만∼120만원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니프트 검사도 비보험으로 국내 검사 업체의 경우 60만∼80만원, 해외 업체는 최대 120만원까지 든다.

또 니프트 검사 역시 선천성 기형 확진 검사는 아니란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존 검사법보다 정확도가 더 높아졌을 뿐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가려내는 검사다. 한 교수는 “니프트 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완벽히 진단하거나 배제할 순 없다”면서 “고위험군으로 나올 경우 확진을 위해 양수 검사나 융모막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 일각에선 건강보험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이경아 교수는 “확진 검사는 아니더라도 양수 채취에 따른 부담 없이 비교적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사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령 임신 등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우선 건보 적용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전 연령 확대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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