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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살인·마약 들끓던 아이티 뒷골목, 그곳에서 주님 만났죠

DFI 대표 김혜련 선교사가 지난 6월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전병선 기자
 
김혜련 선교사가 병실에 있는 심장병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전병선 기자
 
심장병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아이티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념촬영 하는 모습. DFI 제공


아이티 구호단체 DFI(Development for Freedom International) 대표 김혜련 선교사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유엔 직원으로 현지에 파견됐고, 그곳에서 예수를 만났다. 그는 유엔의 아이티 안정화 임무단 일원이었다. 현지에선 선교사들과 함께 일했다. 그곳에 한국 사람은 기업인과 선교사뿐이었다.

그에겐 유엔에서 내준 근사한 차가 있었고, 선교사들은 사역을 위해 차가 필요했다. 선교사들과 여러 곳을 다녔는데 유엔 직원에겐 접근 금지된 곳이 있었다. 살인과 마약이 일상화된 곳, 깡패와 창녀가 들끓는 곳이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드나들었다. 강도가 총을 들이대도 또 들어갔다.

김 선교사는 ‘이 미친 사람들이 왜 그곳을 들어가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얼마 뒤 유엔에 사표를 냈다. 이후 7년째 그는 아이티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고 있다.

김 선교사는 지난 6월 2∼17세 심장병 아이 10명과 부모들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그의 사역 중 하나가 심장병 아이들 치료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김 선교사를 만났고, 최근 SNS로 현지를 연결해 기도제목도 나눴다.

“세례 받을 때 성령 임해 기쁨 충만”

김 선교사는 가톨릭 신자였다. 예수와 죄는 알았지만 구원은 몰랐다. 처음 아이티에 갔을 때도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주변에 선교사들이 있어 같이 다니면서 도왔다. 아이티 1년 근무를 마치고 미국 뉴욕에 가려 할 때 친했던 선교사가 세례를 받으라고 했다. “‘네 입술로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하길래 ‘사기 치지 말라’고 했어요. 하지만 궁금했고 세례를 받았어요.”

그때 성령 세례도 함께 받았다. 뉴욕에 갔는데 기쁨이 넘쳐 주체를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전도했다. 하나님이 아이티로 다시 부르시는 것 같았다. 6개월 만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아이티에 돌아갔지만 선교가 뭔지 몰랐다. 기도가 뭔지, 응답이 뭔지, 헌신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통장 잔고가 바닥나니까 기도가 뭔지, 응답이 뭔지, 만나로 사는 게 뭔지를 비로소 알게 되더라고요. 선교사가 됐다기보다 하나님이 나를 선교사로 만드셨다는 표현이 맞아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였다. 14세 고아를 알게 됐다.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였다. 태어날 때 엄마는 죽고 아버지는 도망갔다고 했다. 아이는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도 마셨다. 김 선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그보다 더 큰 충격은 그런 아이들이 거리에 널려 있는 거였다. 거리로 나가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았더니 36명이 왔다. 밥 위에 닭튀김을 얹어 내놓았는데 아이들이 닭 뼈까지 먹었다. 이들을 먹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재워줄 곳도 필요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학교를 열기로 했다.

기숙사를 만들려니 1만7000달러가 필요했다. 한 지인이 자꾸 자기 아버지를 만나라고 했다. 미국 뉴저지교회 고재철 목사였다. 그래서 도움을 기대하며 그 교회에서 간증했지만 교인은 겨우 30여명. 기대를 버리고 앉아있는데 고 목사가 1만6600달러가 든 봉투를 내밀었다. 간증할 때 액수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봉투를 열어보고 크게 놀랐다. 고 목사는 전년도에 선교비로 사용하고 남은 헌금이라고 했다. 기적이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40여명이 생활한다. 이제까지 아이들 85명이 세례를 받았다. 올해 15명이 더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아이티 의사들은 면허 있는 살인자”

아이들 심장병 수술 사역은 2013년 시작했다. 아이티에는 심장병원이 없다. 심장병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번은 한국의 의료진과 영상통화를 하게 했다. “‘복수에 물이 찬 것 같으니 간을 찾으라’고 하는데, 여기 의료진이 못 찾더라고요. 아이티 의사들은 면허가 있는 살인자예요. 해부학도 안 배우고 졸업을 해요. 해부실 자체가 없고, 과락 제도가 없어서 한두 과목에서 빵점을 맞아도 졸업할 수 있어요.”

심장병 아이들 수술은 연예인 선교단체 ‘길미니스트리’가 적극 돕는다. 해마다 연예인 20여명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병원 의료진과 함께 아이티에 온다. 그러면 김 선교사가 아픈 아이들 100여명을 모아 놓는다. 의사들은 진찰하고 병이 심한 아이들의 한국 수술 일정을 정한다. 가장 많을 땐 한 번에 17명을 수술했다.

심장병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수술하는 단체가 있지만 보통은 1명 하기도 힘들다. 김 선교사가 이렇게 많이 수술시킬 수 있었던 것은 길미니스트리와 병원들이 적극 도왔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현지 상황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선 별일 아닌 것이 아이티에선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첫째, 서류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한국에 데려오려면 1인당 14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이를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린다. 아이티는 부정부패가 심해 20여명의 여권을 만들려면 850만원 정도 든다.

또 보호자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보호자를 찾았다 해도 한국에 데려오는 것을 동의 받는 게 힘들다. “다 죽게 생긴 아이를 살려주겠다는데 감사는커녕 오히려 ‘애들 장기 팔 거냐’며 욕을 해요. 게다가 자기도 한국 가서 구경하고 싶다며 자기 안 데려가면 아이들을 못준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티에서 예수를 만나 선교사로 활동한 7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가르쳐주신 기간’. 하나님께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셨다고 고백했다.

“아이들 40명, 직원 26명을 먹여 살리려면 매달 1200만원이 필요해요. 정기 후원은 400만원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후원해 달라는 말을 한마디도 못 꺼내게 하셨어요. 그런데 돈이 어디서 나와요. 만나였어요.”

“아이티 교육사역 절실… 기도해 달라”

이제까지 아이티 쌀값을 모를 정도로 쌀이 기적적으로 채워졌다고 했다. “이런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어요. 하나님께 구하지 않으니까 안 주시는 거예요. 성경을 믿고 선포하면 되는데 첫째는 안 믿으니까, 둘째는 안 구하니까 못 받는 거예요. 저는 초신자여서 성경대로 믿고 선포해요. 그랬더니 다 이뤄져요.”

기도 제목은 아이티에 심장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아이티 현지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이다. 아이티 사람을 아이티 의사가 고치는 날을 기대한다.

“7년을 사역하면서 내린 결론은 아이티가 발전하기 위해선 교육밖에 없다는 거예요. 목회자들은 많이 양성됐어요. 신학교도 많아요. 먼저 학교 선생님들을 재교육해 교육에 헌신하게 하고 싶어요. 이들이 예수의 심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달라질 겁니다. 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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