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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크론병·궤양성대장염 조기 발견 어려워 환자 ‘이중고’

이대목동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소화기내과 정성애 교수(왼쪽)가 일상생활 중 설사와 복통을 자주 겪는다는 이유로 크론병을 의심하는 한 남성 환자에게 염증으로 헐어 있는 장점막 사진을 보여주며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대목동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정성애 교수


신모(36·여)씨는 최근 20년간 크론병으로 5번의 수술과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의료진의 지속적인 섭생 교육과 관리를 통해 현재 관해기를 유지하며 결혼과 함께 아기를 갖는데도 성공했다. 관해기란 장내 염증이 가라앉은 무증상 안정 상태를 가리킨다.

최근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은 고교생 최모(17)군은 언제 그칠지 모르고 계속되는 설사와 복통 때문에 심신이 지친 상태다. 체중도 계속 줄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공부하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며 다그치기만 하다 병의 조기진단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더불어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일단 발병하면 계속해서 염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난치성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이다.

이대목동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정성애(52·사진·소화기내과) 교수는 23일 “아직도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조기발견에 어려움이 있고 일반인의 이해도 낮아 환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염증성 장질환 전문가다. 2000년부터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발견해 등록, 관리 중인 환자가 690여명에 이른다.

대한장연구학회 섭외홍보위원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편집위원, 이대목동병원 내시경실장, 이화의대 교무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이화의료원 대외협력실장·사회공헌부장, 이화여대 대외협력처 부처장,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 대한장연구학회 학술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정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등록 환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치료 후 빠른 사회복귀에 도움이 되는 환자 자조 모임(환우회)도 적극 후원하고 있다. 2008년 결성된 ‘이화 크론 & UC(궤양성대장염) 가족 모임’이다.

두 달에 한 차례 영양교실을 열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주관심사인 식사와 영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아울러 가임기 여성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임신 및 출산 정보를 구해주려 애쓰고 있다.

2016년 개발한 ‘염증성 장질환자 임신관리 수첩’은 그 중 한 사례다. 정 교수는 이 외에도 환자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과 식단 관리를 알려주는 대한장연구학회의 ‘튼튼한 장 건강한 밥상’ 출간을 주도했다. 정확한 질병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환자들 입장에서 쓴 ‘염증성 장질환 극복하기’도 펴냈다.

정 교수는 요즘 자체 개발한 만성 염증성 장질환 동물모델과 편도선 줄기세포 치료기술을 적극 연구하고 있다.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로 발전시켜 산업화하는 게 목표다.

또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은 가임기 여성 환자들이 낳은 아이가 면역학적으로 건강한지 추적 관찰하는 연구와 국내 가임기 여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 등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130여 편이다.

고질적인 염증성 장질환을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정 교수에게 물어봤다.

Q.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A. 궤양성대장염은 항문 쪽에서 시작해 염증이 직장과 결장 쪽으로 연속적으로 타고 올라가며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시작해 식도, 위, 소장, 대장에 이르기까지 염증과 궤양성 병변이 몸속 장관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생기는 것이 다르다.

베체트병과 장결핵도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된다. 베체트병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입이나 성기 주변이 헌다든지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과 같이 몸속 점막에 원인모를 궤양이나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다.

장결핵은 폐결핵이나 골수결핵과 같이 결핵균이 장에 침범, 궤양성 병변을 일으키는 경우다. 다행히도 장결핵은 결핵 약을 먹으면 완치된다. 따라서 발병 초기에 베체트병 등 다른 염증성 장질환과의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베체트병은 모두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이라 치료가 쉽지 않다. 평생 동안 관해기가 잘 유지되도록 섭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면역체계가 왜 무너지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의학계는 유전적 소인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살면서 특정 환경에 노출됐을 때 무너지는 게 아닌지 추정하고 있다.

Q. 잦은 복통과 설사 외 다른 증상은.

A. 궤양성대장염의 3대 증상은 잦은 설사와 혈변, 복통이다. 대부분 항문 바로 위에 반지 고리 모양으로 띠를 두르듯 생기는 염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환자들은 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는 배변 절박증도 겪는다.

크론병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크기도 다양해서 증상이 궤양성대장염과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띤다. 그래도 주된 증상을 꼽자면 복통과 체중감소, 설사 3가지가 꼽힌다.

일반인이 헷갈리기 쉬운 질환이 있다. 바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장염이다.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염증성 장질환과 사뭇 다른 질환이다. 대장내시경이나 CT, MRI 검사를 실시했을 때 염증성 병변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에서는 안 보인다. 반면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의 경우 검사를 해보면 어딘가 장점막이 헐어 있고 염증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은 기질적으로, 구조적으로 장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픔의 정도도 훨씬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복통의 경우 밤에 잠을 자다가 깰 정도로 세고, 체중이 3개월 사이에 5∼8㎏ 이상 급격히 감소하기도 한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일차적으로는 약물요법으로 조절하는 게 원칙이다. 병이 심할 때를 ‘활동기’, 일반인과 같이 증상이 없는 안정 상태를 ‘관해기’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목표는 바로 이 관해기를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시경으로 봤을 때도 조직검사를 했을 때도 염증이 안 보이는 상태가 최상이다. 약물치료는 제일 낮은 단계의 항염증제로 시작한다. 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하면 면역조절제 또는 생물학적제제를 2차적으로 쓰게 된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치료제처럼 핏속에 떠다니는 염증 물질을 잡아 없애는 방법이다.

주의할 것은 크론병이 통로가 좁은 소장에 발생할 경우 장이 심하게 부어 막혀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때는 가능한 한 빨리 응급수술을 통해 장이 들러붙은 부위를 잘라내고 장을 다시 이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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