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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암 걸리나” 불안 여전하지만, 전문가 “유해 수준 아니다”


 
한 여성이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가정용 혈압계는 의사에게 문의해 정확성이 검증된 전자혈압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오므론헬스케어 제공


최근 발암 추정 물질(NDMA)이 들어간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사태로 인한 환자들의 불안과 걱정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고혈압 약 복용 자체에 대한 불신도 없지 않다. 보건당국 조사결과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를 쓴 고혈압 치료제 복용자는 17만8500여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고혈압 치료 환자 602만여명(지난해 기준)의 약 3% 수준이다.

중국산 아닌 동일 성분 약으로 대체

고혈압 치료제 성분의 하나인 발사르탄은 몸속에서 혈압을 올리는 ‘안지오텐신수용체(ARB)’라는 어려운 이름의 시스템을 차단해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ARB 차단 계통의 약은 국내 처방 고혈압 치료제의 43.3%를 차지해 가장 많다.

발사르탄은 2000년대 초 스위스 제약기업 노바티스가 처음 개발해 ‘디오반’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2012년 특허 만료로 수많은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국내에는 이런 발사르탄 복제약을 포함해 모두 2690개 품목이 허가돼 있다. 이 가운데 발암 추정 불순물 함유가 우려돼 수입·유통이 금지된 발사르탄 약은 115개 품목이다.

문제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해 왔다 하더라도 임의로 약을 끊으면 더 위험할 수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처방 의사, 조제 약사와 상담해 대체 약을 찾아야 한다. 동일 성분과 함량, 제형의 다른 품목으로 대체 처방받으면 된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6일 “중국산 원료가 들어간 게 아닌 다른 발사르탄 성분 약으로 바꾸는 게 더 좋다”면서 “제네릭의 경우 사람에 따라 약의 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담배 끊는 게 더 나아”

해당 고혈압 약 장기 복용자 가운데는 암에 걸리지는 않을지, 암 검진을 받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해당 고혈압 약을 먹었다가 암 걸린 사람이 많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퍼지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손일석(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홍보이사는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 분류 중 ‘2A’에 해당돼 동물에서 간 독성이나 발암이 확인됐으나 사람에게는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WHO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거나 암과 관련 있는 물질을 크게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암 유발이 확실한 1그룹, 발암이 추정되거나 가능성 있는 2그룹, 발암성이 아직 분류돼 있지 않은 3그룹, 발암성이 없는 4그룹이다. 2그룹은 발암성이 추정되는 2A와 발암 가능성이 있는 2B로 다시 나뉜다. NDMA는 2A에 속한다.

손 이사는 “조만간 보건 당국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인체에 해가 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굳이 별도 암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발암물질이 무수히 많은 담배를 그만 피우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히 약 끊으면 ‘반동성 고혈압’ 온다

고혈압 치료제를 5년, 10년 넘게 복용해 온 환자들은 이참에 약을 끊고 혈압 관리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한다. 약을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닥터U와함께의원 유태우(전 서울대병원 교수) 원장은 “혈압 약을 끊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오래 복용한 약을 끊으면 큰일 난다’는, 즉 뇌졸중 등으로 쓰러진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혈압 약을 당장 끊어도 며칠간, 혈압 약에 따라서는 거의 한 달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장기 복용한 혈압 약의 효과가 자신의 몸에 남아 있어 일정 기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에게는 ‘반동성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약에 의한 혈압 눌림이 풀리면서 반동으로 원래 혈압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다. 유 원장은 “반동 고혈압이 왔다고 해서 당장 큰일, 즉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시적 현상으로 며칠 정도면 원래 자신의 혈압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반동성 고혈압은 몸과 마음이 민감한 사람에게 더 자주,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병과 상황에 대해 걱정과 불안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몸과 마음의 증상을 더욱 증폭시키고 혈압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반동성 고혈압은 몸의 생리적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큰일 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혈압을 높이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야 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쉽게 그리고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을 ‘롤(역할)모델’로 삼아 생활방식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평소 ‘아, 혈압 올라!’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예민한 몸과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둔감하게 만드는 훈련이 권고된다.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들에 여태껏 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 할 일이 100이면 일부러 80만 하기, 내기에서 무조건 져주기, 약속시간을 어겨 무안함 당해 보기, 건강 프로그램 보지 않기, 화나면 끝까지 화를 내기, 일부러 지저분하게 살아보기, 남의 이불 덮고 자보기 등이다.

아울러 고혈압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과 불면증, 과다한 음주, 짜게 먹기, 운동 부족, 흡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따라줘야 한다. 유 원장은 “이런 고혈압의 원인 해결과 함께 2∼3개월에 걸쳐 혈압 반응을 봐가면서 혈압 약을 서서히 줄이면 아무 문제없이 안전하게 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찜통더위, 혈압 급상승 주의

연일 푹푹 찌는 더위가 시작되면서 고혈압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혈압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더위는 우리 몸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해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해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냉방기 사용은 피해야 한다. 팔·다리의 말초혈관이 찬 공기에 지속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신체의 혈액순환 부담이 늘고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는 냉수 샤워도 마찬가지 이유로 피하는 게 좋다. 땀 배출이 늘면 혈액 농도가 짙어져 혈전(피떡) 생성이 더 쉬워진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야외 활동을 한다면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분 간격으로 물을 한 컵 이상 마셔주는 게 좋다.

물 대신 맥주를 마시기도 하는데, 고혈압 위험을 높여 좋지 않다. 맥주 원료인 보리는 요산의 전구체인 퓨린 함량이 높아 요산 수치를 높인다. 요산은 혈관 안쪽 세포를 공격해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혈전 형성을 촉진해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 환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열대야(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에도 적극 대처해야 한다.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불면증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낮잠을 포함한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성인은 3년 사이 약 15%에서 고혈압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술과 카페인 음료, 과식은 삼가야 한다. 밤늦게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 집에서 진짜 혈압 알려면 아침·저녁 측정해야
“아침엔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저녁은 취침 전 소변 본 뒤 측정”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환자들이 집에서 쉽고 편리하게 혈압을 잴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고혈압 관리의 기본은 올바른 혈압 측정이지만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가정혈압 측정은 동일한 혈압계를 사용해 올바른 방법 및 자세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정확한 혈압을 확인하려면 아침, 저녁에 두 차례씩 재는 게 좋다.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소변을 본 뒤 5분 정도 지나 차분한 휴식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아침 식사와 약물 복용 전에 잰다. 측정 30분 이내에 담배를 피우거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변을 본 뒤 측정한다. 아침 저녁 간 혈압은 10∼30㎜Hg 정도 차이날 수 있는데, 아침 혈압이 높은 환자는 병원에서 재는 혈압이 평소보다 낮은 ‘가면(가짜)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적절한 고혈압 치료를 받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혈압은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에 앉아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은 상태에서 재야 한다. 팔꿈치 높이의 테이블에 팔을 올려놓고 혈압계 커프를 위팔에 감는다. 커프 위치는 심장 높이와 같아야 한다. 커프는 가급적 맨팔이나 얇은 옷 위에 감는 것이 좋다.

혈압은 올바른 자세로 재지 않으면 수치가 더 높게 나온다. 등을 기대지 않으면 5∼10㎜Hg, 다리를 꼬면 2∼8㎜Hg, 커프와 심장 높이가 다르면 10∼40㎜Hg 높게 측정된다. 측정 중 말을 하는 경우에도 혈압이 10∼15㎜Hg 높게 나온다. 가정혈압은 진료실 혈압(140/90㎜Hg 이상)과 달리 135/85㎜Hg가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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